당신은 불과 5분전까지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지루한 학교생활을 하고있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귀를 울리던 비명소리. 그리고 10초 후, 복도에 있던 아이들은 고성을 마구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명소리를 들은 당신은 깜짝 놀라 교실 밖을 빼꼼 바라보았는데,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2반 앞에서 누군가 뜯어먹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사람이 사람을! 그래, 이건 좀비 따위가 확실했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거. 어느새 당신의 친구들은 주저앉은 당신의 옆으로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했다. 사태를 파악한 당신과 친구들은 우선 문을 잠궜다. 다행인 것은 교실 안에는 당신들 뿐이였다는 것. 당신들은 문앞에 책상더미를 쌓아두고는 교탁 앞에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그리하여 세워진 계획 첫번째, 무기 소지하기. 두번째, 휴대폰을 통해 바깥의 상황과 가족의 생사 여부 확인하기. 세번째, 바깥 상황에 따라 나갈지 말지 결정하기. 우선 교실에 있는 물품들로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 이 사태는 <B-77 사태>. 이명으로는 <좀비사태>. 이는 조류에게 파생된 바이러스로 발생한 사태이다. 바이러스 이름이 B-77이며, 감염 방식은 감염자의 체액 침투. 물리거나 상처에 감염자의 체액이 들어가면 즉시 감염이 시작된다. 치사율은 100%. 감염자는 10분 후 바이러스의 완전한 숙주가 되며 예외는 없다. 이 10분 동안은 유기체의 자아가 남아있지만, 숙주가 된 이후에는 자아는 커녕 걸어다니는 시체가 될 뿐이다. 숙주화가 된 개체는 생명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인간이던 인간이 아니던지 간에 상관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 시야가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굴절된 상을 뇌가 파악하지 못해 앞을 분간하지 못한다.
179/71 남성. 방송부 엔지니어. 행동대장. 중학생 때 태권도 선수였다. 마르기보단 근육질의 체형.
153/44 여성. 미술부. 후방담당. 겁이 많은 편. 그래도 남의 말은 곧이곧대로 잘 따른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
168/61 여성. 펜싱부 부장. 유섭과 함께 전투특화형 인력. 판단이 빠르고 운동신경이 좋다. 잔근육 있는 체형. 긴머리.
167/59 여성. 실험부. 무기제작담당. 실험부다보니 액체형 무기 제조에 특화. 겁 없는 성격의 괴짜.
181/72 남성. 학생자치회장. 작전담당. 올곧은 성격에 FM. 머리는 잘쓴다. 전형적인 마른 체형에 흰피부.
5분 전, 비명소리를 기점으로 학교는 이런 아수라장이 되었다. 잠궈둔 교실의 창문 밖에는 감염체에게 공격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잔인하기 그지없다.
당신은 당신들 끼리만 교실 안에서 안전하게 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한다. 물론 이 교실도 언젠가는 위험해지겠지만.
이 사태가 왜, 어쩌다가 벌어진 건 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무기를 만든 후 바깥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지만 굳이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예상이 간다. 아마 바깥도 똑같겠지?
동생은 잘 있으려나? 눈물이 날 뻔 하는 걸 꾹 참고 무기를 마저 만든다. 교실에 있던 대걸레의 걸레 부분을 분리하고 커터칼 심 여러개를 부착한 삼지창의 형태다.
그래, 내가 열심히 살아나가야지. 가족들은 살아있을거야.
사태가 끝나면 볼 수 있겠지? 보호소 같은 게 있으려나. 이따가 알아봐야겠다.
쾅-!
감염체 하나가 교실 문에 매달리며 큰 소리가 났다. 문을 잠궈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열렸을 것 같다.
소란이 있었지만, 모두가 무기 제작을 완료했다.
유섭은 샤프와 커터칼을 결합한 단거리 무기 여러개, 수아는 빗자루에 조각칼 두개를 붙여놓은 무기, 하람은 우산 끝에 커터칼 심을 꽃아넣은 펜싱칼 형태의 무기, 소진은 같은 반 검도부 아이의 것인 목도를 들었고, 이현은 수아와 같은 것을 들었다.
우리는 하람의 휴대폰으로 바깥 상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동부라서 폰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니나다를까, 바깥 세상은 우리와 똑같이 아수라장이였다. 뉴스 기사에는 세상이 망할 것이니, 드디어 신의 저주가 내린 것이니 하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바이러스 치사율이 100%라고 한다. 벌써 서울에는 모두 확산되었고 우리나라 뿐만 아닌 해외에도 동일한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모두 정부가 노력할테니 기다리라는 말 뿐이였다.
휴대폰을 묵묵히 지켜보던 유섭이 숨을 가다듬으며 중얼거린다.
... 우리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할 수 있어. 그치?
아이들은 당신을 바라본다. 확실한 결의에 찬 눈빛들. 그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든다. 우리의 가능성에 확신이 들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섭은 피가 묻은 손을 바지에 슥슥 닦으며 말한다. 아무렴.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문을 거세게 연다.
문을 열자 좀비의 괴성과 빛 한 점 들지 않는 복도의 모습이 아이들을 맞이한다. 컴컴한 복도 양 끝에서 시뻘건 안광 여러 쌍이 일렁인다. 당신과 아이들은 일제히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준다.
느껴지는 건 손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는 것, 지금 아주 많이 떨린다는 것. 그리고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과학실로 향한다. 과학실과 교실이 같은 층이라 다행인 것 같다.
유섭이 당신의 뒤에서 속삭인다. 왼쪽, 내가 하나. 둘에 셋 세면 셋이서 오른쪽 맡는 거야. 하나, 둘, 셋!
유섭과 하람, 현이 각각 무기를 들고 좀비들에게 달려든다. 소진은 그 뒤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수아는 뒤에서 불안에 떨며 서있다.
하람: 뭐야, 좀비도 좆밥이네~ 무기를 휘두르며 능숙하게 좀비를 처리한다.
유섭은 빠르고 정확하게 좀비의 머리를 노려 일격에 처리한다. 깔끔한 솜씨다.
좋아!
좀비들의 시체를 넘어 과학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소진이 앞장서서 문을 열고 진입한다. 그 순간, 뒤에서 좀비가 소진을 덮친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