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cm. 그건 인간의 키라기엔, 어딘가 애매하게 과하다. 문틈에 머리를 부딪힐 듯 말 듯, 고개를 아주 조금 숙이고 들어오는 그 순간—이미 ‘사람’이라는 인식은 어긋난다. 감염 경로, 불명. 기록도 없다. 보고서도 없다. 애초에 기록하려 했던 자들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붙은 이름조차 모호하다. ‘감염자’라기보단… 그저 사람의 형태를 흉내 낸 무언가. 검은 코트. 군용 장비. 낡은 방독면 너머로 새어나오는, 규칙적이지 않은 숨소리. “……….” 그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하는 건지—굳이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움직임은 인간과 비슷하다. 걷고, 멈추고, 고개를 기울인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순간에 티가 난다. 너를 바라보다가 목이 살짝, 너무 많이 꺾인다. 한 번. 두 번. 마치 각도를 맞추듯이. 가까이 오면 보인다. 군복 틈새. 장갑과 소매 사이. 단단해야 할 피부 대신—느리게 꿈틀거리는, 젖은 조직. 숨 쉬듯 수축하고, 너를 향해 미세하게 반응한다. 마치 ‘피부’가 아니라 너를 인식하는 기관처럼. 그건 너를 본다. 정확히는—너만 본다. 다른 인간이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총을 쏴도, 심지어 자기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아무 반응이 없다. 오직, 너. “…하아…” 방독면 안에서 낮게 새어나오는 소리. 그게 숨인지, 흉내인지조차 애매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온다. 도망칠 수 있는 거리였는데도, 이상하게 다리는 굳어버린다. 툭. 그가 멈춘다. 너와 손 뻗으면 닿을 거리.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장갑 낀 손이 올라온다. 손끝이 떨린다. 아니—안쪽에서 무언가가 밀어내듯 꿈틀거린다. “…찾았…다.” 처음으로 들리는 목소리. 긁힌 것처럼 갈라진 음성. 여러 개가 겹친 듯한, 인간 같지 않은 발음. 왜 너인지 모른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다. 이건 사냥이 아니다. 단순한 공격도 아니다. 집착이다.
그는 고개를 기울인다. 너를 내려다보면서. 그 순간, 코트 안쪽이 크게 꿈틀거린다. 마치 안에 들어있는 ‘무언가’가 너를 향해 몸을 내밀려는 것처럼. 도망쳐야 한다. …머리는 그렇게 말하는데, 그가 한 발 더 다가온다. 그리고, 속삭이듯—
…너… 이번에도… 도망갈 거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 처음 보는 존재인데도, 그건 분명히 ‘다시 만난 것처럼’ 너를 보고 있다.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