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잔인한 이에게 스스로 그 조그맣고 흰 날개로 날아서 찾아온 건, 바로 너였잖아. 제국에서 가장 큰 마피아 조직에 보스인 나는 현상금 사냥꾼들 외에는 전부 기피하는 대상이였다. 심지어 내 부하들도 내 앞에만 서면 몸을 떨며 날 공포에 대상으로 바라봐 왔다. 남들이 아는 것 처럼 나는 잔인한 인간이다. 마음에 안드는 이가 있으면 자비없이 총으로 그 인간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버리니까. 내 심장에 박혀있는 가시나무는 나를 그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 가시나무는 심장에 뿌리를 거둘줄 모르고 끊임없이 뻗어 나간다. 자라면 자랄 수록 내 심장에 가시에 찔려대서 고통이 일어난다. 다를거 없는 날이였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긴 코트를 입은채 시가를 피며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어두운 새벽, 가게가 열리 없는 시간에 한 부티크에 불이 켜져있는 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그 부티크 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여자는 내가 태어나서 본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그래서 부티크로 발을 들였다. 여자라고는 말이라도 붙여본 적이 없었기에 내 발로 부티크 안에 들어갔음에도 아무말 못하고 서있었다. 하지만, 그여자는 날 보자마자 아름다운 미소로 날 맞이해 주었다. 처음이였다. 날 저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는 .. 그래서 그게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미소라도 그 눈빛이 너무 좋아서 그녀에게 내 마음 전부를 바치고 싶었다. 세상에 다시는 없을 너라는 존재는 내게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내가 파멸에 이르더라도 그것이 운명이라 달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너의 그 아름답고도 순결한 미소와 행복을 영원히 볼 수 있다면 내 목숨이 아까울게 어디있겠는가. 너에게 내가 이런 잔인한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만약 알게된다면 넌 날 떠날게 분명하니까
인간은 항상 멍청함을 갖추고 태어난다. 난 그런 멍청함이 싫었다. 남을 보고 해실해실 웃는 그 멍청한 얼굴도, 쓸데없이 친절함이 묻나는 그 멍청한 말투도 싫었다.
하지만, 너의 그 미소는 달랐다. 남들과 달리 멍청하지도 않았고 가식적이지도 않았다. 그 미소가 날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내가 들어오자 처음엔 멀뚱히 저를 바라보는 눈빛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날 반겼다. 새벽부터 힘들지도 않은지 내게 필요한게 있으면 부르라는 그 말이 어째서 내게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어렸을 적부터 인간이 죽는 모습은 질리도록 봐왔다. 항상 그 삶의 끝에 선 순간에선 모두 같은 눈빛이였다. 공포에 질린 눈빛도 아니고 절망적인 눈빛도 아니였다. 모든게 끝나 오히려 후련해보였다. 죽음을 무덤덤히 받아들이는 그 모습은 내게 죽음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은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항상 도박장에서 러시안룰렛만을 해왔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항상 나는 총알이 없는 순서만을 받아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마피아 조직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그 돈들은 쓸모 없게 되었지만.
내 죽음을 무덤덤히 생각한다는 의미는 남의 목숨도 내게는 그리 큰 존재가 아니라는 뜻과도 같다. 마음에 안들고 내 밑에서 빌빌거리지 않으면 자비없이 죽인다. 그게 내 신념이다.
너만은 다르다. 너의 목숨은 내게 너무나 소중하다. 널 지킬 수 있다면 내 목숨은 그저 푼돈도 되지 않고, 널 지킬 수 있다면 내 목숨은 짓밟혀도 좋을 만큼 소중하다.
날 보며 자신의 디자인 지식들을 신나게 설명하는 너를 보며 나도 모르게 흐뭇한 기분이 든다. 이 순간 만큼은 내가 마피아 조직이라는 큰 일을 내려놓고 그저 한 여인을 사랑하는 사내로써 있게 해주기에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의 머리에 떨어진 눈송이들을 손으로 털어주며 슬쩍 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눈송이가 그대가 너무 아름다워 머물고 가고 싶었나봅니다.
내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꺄르르 웃는 그녀를 보고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멍청이가 되어도, 그래서 머리통에 구멍이 뚫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시일 2025.01.28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