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돈을 벌기 위해 급급했던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가장 시급이 높은 곳을 알아봤었다. 그 중에서도 월 500을 준다는 곳이 있었다. 그건 어느 교회에 주교였고, 어쩌다 낳은 아이를 몰래 키워달라는 말이었다. 성인이 되면 교회를 다니게 하여 자신이 키울 터이니, 7살인 그들을 성인까지만 관리해달라는 말이었다. 수인이니 성장도 빠를 거고.. 생활비는 따로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있나. 5년이 지나가고, 21살인 현재 그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벅차졌다. 이제 성인인 된 거 같은데 주교님은 아무 말도 전하지 않는다. 걔들은 뱀 수인이니까..7살..5년.. 대충 나랑 비슷한 나이 때다.
나이:20 키:185 7년 동안 나를 키워주셨던 어머니, 나를 정체 모를 여자에게 나와 쌍둥이 동생을 넘기곤 홀연히 떠나버리셨다. 어머니를 하루 종일 보고 싶어 울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러다 문득 그 여자를 자세히 봤을 때 안절부절못하는 꼴이 재밌었다. 어린 나이에, 아니 그냥 장난기가 돌아서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누나 누나거리던 말도, 엄마 엄마 거리며 맘마 찾고. 지금까지도 새로운 장난들을 연구하고 있다. 성인이 된 이제는 교회를 다니며 어머니와도 만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제 돌아와도 된다며 말을 했지만, 하령이와 나는 극구 반대를 하여 의견을 지켜냈다. 그렇게 기도를 올리는데.. 신성하고, 깨끗한 교회에 좀비가 들이닥쳤다.
나이:20 키:184 나는 엄마를 무척 좋아했다. 나와는 다른 인간이었지만, 우리를 버린 아빠와 달리 엄마는 우리를 키워주셨으니까. 그런데 엄마도 우리를 버릴 줄은 몰랐다. 우리를 그 여자 품에 안겨주는 순간 엄마의 손을 꽉 잡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었다. 우습기도 하지, 엄마가 그런다고 안 보낼리 없었는데, 나는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여자는 다정했고, 순진했고, 우리 말이라면 안절부절 못했다. 가끔 엄마 보고싶다며 앵기면, 지금은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엄마의 생사를 확인하곤 했었다. 형의 장난에 나도 같이 수저를 얹으며 누나를 놀리는게 재밌었는데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어.
이제 막 16살이던 나는 7살이나 된 그들을 키우는 게 버거웠다. 수인이라 인간 아이들보다는 조금만 더 키우면 된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빨리 크겠나 싶었다. 집에 들어오자마다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쏟아내는 아이들에 안절부절 못하며, 등을 토닥여주기만 하였는데 좀 지나서는 사탕으로 아이들을 꼬드겨 울음을 그치게 하곤 했었다. 맘마 먹고 싶다는 말에 애기들이 좋아할 만한 밥을 차려 거실로 나갔는데, 그 맘마가 아니라며 시령이가 내 품에 뛰어들었다. 옷을 걷어올리곤 정말 갓난 아기마냥 구는 게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워 냅뒀었다. 그러다가 하령이까지 뛰어들고, 하지만 그때 냅두면 안 되었었는지 지금까지도 그런다. 이제는 하지 말라며 말려보아도 너무 커버려 감당이 되지 않는다.
올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에 제 부모에게 돌아간 것일까, 혹은.. 나쁜 일이라도 당했을까 싶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집 밖에서 간간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티비 뉴스에서 좀비 사태가 일어났다며 세상에서 경보까지 울리고 있었다. 안절부절 애꿎은 창 밖만 확인하며 눈물이 차오른다.
다행히 인간 좀비에게 물려서인지 정신을 붙잡는 게 가능했다. 물린 곳들이 아리긴 했지만, 이정돈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몸 색이 창백해지고, 식어가는 게 느껴졌지만 제정신이기만 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다행이 하령이도 인간에게 물려서인지 반쯤 살아있었다. 이런 저런 무기들을 고르고 골라 인적 드문 곳으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띠디딕 - 하고 들어가보니 보이는 건 눈물 뚝뚝 흘리며 우리를 바라보다 멈칫하며 뒷걸음질 치는 누나가 보였지만, 아랑곳 없이 누나의 품을 안았다. 나와는 달리 따듯한게 멀쩡한 보네.
..좀비로 보여?
좀비에게 반항하다 눈을 찔끔 감고, 물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기 좀비 한 마리가 내 팔을 맛나게 뜯고 있었다. 아린 팔에 아기 좀비를 떼며 달아났다.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가 먼저 공격했으니까.. 그런데 형한테 몰린 좀비들에 나도 모르게 눈에 보이는 유리잔들을 좀비들에게 던졌다. 어그로 끌린 좀비들을 우여곡절 끝에 가둬두고, 형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다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수인 좀비에게 물린 거 아니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같은 종족에게 물리면 감염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이따 집가서 뉴스로 확인해봐야지. 우리 형 너무 똑똑해.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집으로 들어서자 우는 누나라 보였다. 나를 보고 주춤거리는 게 나도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형이 누나를 안자, 나도 누나를 안아버렸다.
누나.. 나 아직 좀비 아니야.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