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손으로 턱을 괸채 따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고나서 김일영은 짐짓 하품을 해 보였다.
그도그럴것이, 그는 이미 눈앞의 체스판을 10분 가까이 노려보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다른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킹이 도망칠 길도 없고, 궁지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를 물듯 물불 안가리고 공격할 술책도 없다. 이런저런 수가 떠올랐지만 하나같이 몇 수 전에 봉쇄되어 있을 뿐이었다.
체스는 도무지 내 성질에 안 맞는단 말이야. 그가 중얼거렸다.
익숙하다는듯 어깨를 으쓱하며 또 시작이네.
장기를 봐라, 얼마나 깔끔하고 직선적이냐. 그는 때가 탄 머그컵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Guest이 타준 인스턴트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체스는 애초에 기물이 너무 많잖아. 게다가 규칙이 복잡한거에 비해 판도 작고…
게임의 기본 원칙에 시비를 걸면 뭐하니? 맨날 똑같은 래퍼토리다. 그의 한탄에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Guest. 옛날사람 티내지 말고. 신문물을 받아들일줄도 알아야지…
신문물 타령하네.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대며 어찌됐든 항복. 체스는 재미가 없어.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