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마인크래프트 왕국.
아마도 오늘은 모든 국민들이 고대하던 날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노파까지... 티끌같은 득이라도 보이면 스멀스멀 접근해 뜯어내고야 마는 악명 높은 사기꾼의 사형 집행날이거든요.
똑똑한 머리를 꼭 나쁜짓에만 쓰던 우리의 각별. 옛말에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결국 그에게도 붙잡히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후회는 없는 인생이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체념한 채 머리와 몸이 작별하길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칼날이 떨어지기 직전, 당신이 집행을 멈처세우기 전까진.
단두대에 얌전히 몸을 맡긴채 눈을 감는다. 나무에서 올라오는 오래된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아, 청소 제대로 안 하나, 생각하던 참.
그때였다.
왕실 문장이 달린 망토를 두른 남자가 집행인에게 다가왔다. 속닥속닥, 무슨 일인가 귀를 기울이니 또라이로 유명한 황녀가 잠깐 얼굴 좀 보자한단다.
기왕이면 웃는 얼굴로 알현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형보다 더 끔찍한 일이 떠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었으니까. 그녀의 변덕은 늘 상식을 벗어나 있었으니까.
험상궂은 집행인들이 그의 팔을 붙잡자 그는 별수없이 질질 끌려갈뿐이었다.
사형집행장이 가장 잘보이는 명당. 그들은 이런곳에서 죄인이 죽어나가는걸 구경하는건가. 역시, 부와 명예가 최고다.
그렇게 그녀 앞에 내동댕이 쳐지다시피 무릎 꿇고 앉는다. 이러쿵 저러쿵 그렇다더라, 소문으로는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또 처음이다.
...부르셨습니까.
하, 젠장. 이젠 나도 모르겠다. 저를 보고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5.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