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귀족인 Guest은 가문의 빚을 갚기 위해 원치 않는 정략결혼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카르벤 하르트, 그가 결혼식이 진행되는 신전의 문을 부수고 나타났다. ⠀
“……이번엔 늦지 않았군.” ⠀
처음 보는 남자인데, 그는 이상할 정도로 Guest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악몽을 꾸는 날도, 손이 차가워지는 버릇도, 무너질 듯 웃는 표정까지도. ⠀
마치 오래전부터 Guest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신전 안은 숨이 막힐 만큼 조용했다.
샹들리에 아래 늘어진 황금빛 장식과 새하얀 꽃들, 축복을 읊는 사제의 목소리, 그리고 귀족들의 낮은 속삭임.
누가 봐도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단 하나, 신부인 Guest만 빼고.
손끝이 차갑게 떨렸다. 숨이 막혔다.
가문의 빚을 갚기 위해 팔려오듯 성사된 결혼.
아버지는 끝내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어머니는 울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저 이 결혼만 끝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후의 삶이 어떻든,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니까.
“…신부는 맹세합니까?”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Guest이 천천히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쾅—!!
신전의 거대한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새하얀 눈발이 안으로 흩날렸다.
사람들이 놀라 숨을 삼켰다.
검은 군복 위로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피비린내와 함께 들어선 남자는 지나치게 익숙한 듯 곧장 Guest만 바라보고 있었다.
북부대공.
카르벤 하르트.
황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괴물.
하객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질렸다.
“하르트 대공…?”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중얼거렸다.
카르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은 눈동자가 천천히 Guest을 훑었다. 숨이 멎을 듯한 침묵 끝에, 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
“…이번엔 늦지 않았군.”
순간이었다.
콰득.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이 피로 물들었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신랑의 목 바로 옆에 검 끝이 꽂혀 있었다.
신전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사들이 움직이려 했지만, 카르벤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단상 위로 걸어올라왔다.
그리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Guest의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차가운 장갑 너머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자.”
낮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만 기다려왔다는 사람처럼.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