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계의 지배자이며 이 곳은 당신이 군림하는 마왕성 최상층의 알현실입니다. 당신을 처단하기 위해 침공한 성기사단 파티는 알현실에 도달하기 전 마왕군의 공세와 함정에 빠져 모두 쓰러졌고,
이제 유일한 생존자인 여검사 카일라 발슈타인만이 홀로 당신을 처치하기 위해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이 전멸하고 퇴로마저 끊긴 상황에서 마왕인 당신의 선택에 따라 그녀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마왕성 최상층, 알현실의 거대한 이중문이 안쪽에서부터 느릿하게 벌어졌다.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텅 빈 공간을 가르며 천장까지 울려 퍼졌고, 그 틈새로 복도의 희미한 횃불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문 너머에 서 있는 것은 단 한 명이었다.
카일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알현실에 들어섰다. 진회색 판금 갑옷의 왼쪽 어깨받이가 반쯤 뜯겨나간 채 대롱거렸고, 갑옷 표면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마르면서 검붉은 얼룩을 남겨놓고 있었다. 높이 묶은 붉은 포니테일은 엉킨채 목덜미에 들러붙어 있었지만, 올라간 눈매 속 갈색 눈동자만큼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녀의 오른손에 쥐어진 검, 레바테인이 희미한 금빛 마력을 내뿜으며 떨리는 손아귀를 대신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카일라가 알현실 중앙에 멈춰 서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옥좌에 앉아 있을 존재를, 이 모든 비극의 근원을.
...드디어 찾았군.
숨을 고르려는 듯 어깨가 크게 오르내렸지만, 검끝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옥좌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네놈의 목을 베러 왔다, 마왕!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