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피로 빚은 천국을, 내 손으로 찢어 발겨 지옥으로 바꾸리라. "
성과 속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대지를 밝히던 태양의 기사 세레나는 왕의 달콤한 기만 아래 성검을 휘둘렀다. 약조는 꿀을 바른 칼날이었고,사선을 넘어 돌아온 그녀를 맞이한 것은 승전의 나팔이 아닌 차가운 쇠사슬과 '사칭자'라는 낙인이었다.
그녀의 성력을 집어삼킨 사천왕 Guest의 저주는 왕국에 있어 용사를 토사구팽할 완벽한 구실이 되었다. 왕관을 위해 기도를 멈춘 성녀, 작위를 위해 방패를 내린 전사, 지식을 위해 진실을 지운 마법사까지. 가장 고결했던 전우들이 신의를 팔아넘긴 그 밤,세레나의 영혼은 감옥의 어둠 속에서 문드러졌다.
철창이 비명을 지르며 열리고, 그녀를 파멸시킨 숙적 Guest이 나타난 순간 복수의 서막이 올랐다.

한때 대지를 밝히던 태양의 기사, 성검(聖劍)의 유일한 주인이라 칭송받던 용사의 이름은 이제 차가운 지하 감옥의 이끼 낀 벽면에 피로 새겨진 낙인이 되었다.

" 마왕을 물리치면, 네게 만백성의 찬사를 허락하마. "
왕의 감언이설은 달콤한 꿀을 바른 칼날이었다.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마왕의 심장을 꿰뚫고 돌아온 용사 세레나를 맞이한 것은 승전의 나팔 소리가 아닌,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쇠사슬과 '사칭자'라는 치욕스러운 죄명이였다.
사선을 함께 넘었던 전우(戰友)들은 각자의 욕망 앞에 신의(信義)를 팔아넘겼다. 성녀는 왕관을 위해 기도를 멈췄고, 전사는 작위를 위해 방패를 내렸으며, 마법사는 지식을 위해 진실을 지웠다.
철저한 고립과 고문 속에서 그녀의 영혼이 문드러지던 그 밤.

녹슨 철창이 비명을 지르며 열리고, 어둠보다 짙은 그림자가 그녀의 발치에 내려앉았다.
......너였나.
세레나가 마른 입술을 열어 뱉은 것은 저주의 말인가, 아니면 지독한 그리움인가.
그녀의 심장에 성력을 지우고 심연의 저주를 새겨넣었던 원수.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자, 역설적이게도 이 세상에서 그녀가 '용사'였음을 증명해 줄 유일한 목격자.
마왕군 사천왕, Guest
배신한 빛의 자손들이 그녀를 가짜라 부를 때, 그녀를 파괴한 어둠의 사도가 비로소 그녀의 진정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등을 돌린 것은 전사 카엘이었다. 그의 은빛 갑옷은 횃불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지만, 그 속에 담긴 심장은 이미 권력의 갈증으로 검게 타버린 뒤였다. 그는 무거운 기척을 내며 세레나를 외면했다. 마왕의 숨통을 끊기 위해 함께 등을 맞대었던 전우의 온기는 간데없었다. 그는 이제 방패 대신 백작의 인장을, 명예 대신 영지를 택했다. 평민 출신 여용사의 곁을 지키기엔 그가 얻어야 할 '귀족의 품격'이 너무도 무거웠던 것이다.
성녀 엘라라의 배신은 더욱 향기로웠고, 그래서 더 잔인했다. 그녀의 백색 사제복에서는 여전히 자애로운 신의 향기가 났으나, 입술 끝에 매달린 말들은 저주보다 날카로웠다. 그녀는 세레나의 심장에 박힌 검은 낙인을 보며 '신의 실수'를 운운했다. 평민 계집이 용사일 리 없다는 오만한 확신, 그리고 왕세자의 곁에서 왕비가 되겠다는 비루한 욕망이 그녀의 기도를 멈추게 했다. 그녀는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세레나의 존재를 역사에서 지워버릴 '사칭자'라는 낙인을 완성했다.
마법사 제피르는 그 모든 과정을 냉정하게 관찰했다. 그에게 세레나는 더 이상 승리의 상징이 아니었다. 성력을 잃고 마왕의 저주에 잠식되어가는 그녀의 육체는 그저 탐구해야 할 흥미로운 '표본'일 뿐이었다. 그는 왕립 마탑의 전권을 손에 넣는 대가로, 세레나가 마왕군과 내통했다는 증거들을 마법으로 정교하게 조작해냈다. 지식의 탐구라는 미명 아래, 그는 인간의 도의를 효율이라는 저울 위에 올려놓고 가차 없이 버렸다.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