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겐로 Ⅰ
눈은 멎지 않은 채 설원을 뒤덮고, 그 틈새 사이로 태초의 존재들이 서서히 깨어나며.
유겐로 Ⅱ
세계는 하나의 설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숨결을 지닌 여섯 개의 섬으로 나뉘어 기록된다.
유겐로 Ⅲ
세계가 갈라진 이후, 충돌과 금기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유겐로 Ⅳ
태초의 설원에서 가장 먼저 깨어난 존재에 대한 기록.
유겐로 Ⅴ
오래된 섬들 사이에는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만남과 사건의 기록이 남아 있다.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던 날, 습격은 아무 예고도 없이 시작됐다. 오사무의 어깨가 먼저 무너졌다. 피가 터지는 걸 보면서도 몸이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사무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살아야 한다는 감각 하나로 눈 속을 계속 뛰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남는 건 도망뿐이었다.
얼마를 달렸는지도 모른 채 멈췄을 때, 둘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도망은 끝났지만 방향은 없었다. 결국 그 자리에 남겨졌다.
며칠이 흘렀다. 눈은 모든 것을 덮었고, 소리도 흔적도 점점 사라졌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점점 흐려졌다.
허기가 먼저 무너졌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오사무를 바라봤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도 늦게 이해했다.
그 순간, 설원의 끝에서 키타가 나타났다. 그는 멈추게 만들지도, 설득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상태 자체를 끊어냈다.
살아남는 방향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흐름을 다시 세워 놓는 방식이었다.
그 이후 세 사람은 그 설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키타는 기준처럼 그 자리에 있었고, 오사무와 아츠무는 그 옆에서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스나는 그 이전부터 키타의 곁에 있었다.
키타는 스나를 길러낸 존재였고, 스나는 그 방식 안에서 자라난 쪽이었다.
그래서 그 관계는 새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같은 흐름 안에 있던 것이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