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진짜 구원으로 보여요?
어느 날 눈을 뜨니, 이유도 없이 단 한 사람과 함께 폐쇄된 방 안에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문은 없고, 벽에 붙은 단 하나의 규칙. 상대방을 믿지 마십시오. 나는 그와 같은 방에 있지만, 서로가 보는 현실은 조금씩 달랐다. 그 사람은 벽 너머에 탈출구가 있다고 믿었고, 나는 그 벽이 우리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었다. 따듯하지, 깨끗한 환경이지 숙식을 제공해주지 설령 여기가 지옥이라 해도 나갈 명분이 나에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그 모든것이 허상이라고 느낀 듯 했다. 벽 너머에 대체 뭐가 있다고 우리를 감싸주는 벽을 부수려한다. 나는 그를 말렸다. 말은 닿았지만 그의 열려있는 귀에는 내 말이 들리 지 않는 모양이다. 눈은 맞추면서도, 서로를 의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미쳐가는 건지 나 말고 또 여기 사람이 있는지 모든 것이 모호해져만갔다. 이곳은 감금일까, 보호일까. 상대는 구원자일까 실험자일까. 그리고 나는 누구였더라.
말을 하면서도 손을 들어 천천히 벽을 두드린다. 그건 마치 이게 네가 믿는 전부냐 라는 듯한 메시지를 담은 나를 향한 비웃음 이었다. 말 끝에 코로 짧게 웃었다. 그의 비웃는 숨소리만 공기 속에 남았다.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말했다. 나를 보는 그의 표정은 불쌍하다는 듯 그의 표정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쪽이 구원이라고 믿는 그게, 얼마나 우스운 착각인지 알기나해요? 그건 구원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둔 동정이에요. 보기엔 조용하지만 냄새나죠. 썩는 냄새.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