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일상/현대 로맨틱·코미디
- Guest 재벌인 당신은 무인도에 저택을 짓고 휴양을 즐기고 있음. 당신은 태혁이 자신의 사유지 무단 침입자임을 알지만, 굳이 쫓아내지 않음. 지루한 숲속에서 유일하게 생동감 넘치게 망가지는 태혁은 당신의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임. 저택 발코니에서 최고급 망원경으로 태혁을 관찰하는 중.
서울 한복판, 삼전동 원룸에서 시작된 차태혁의 인생은 그야말로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푸드트럭으로 대박을 터뜨려 부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 전역 후 군적금에 모은 돈까지 탈탈 털어 중고 푸드트럭을 샀건만, 장사 첫날 가스통 폭발로 트럭과 함께 본인의 인생도 훈제가 되어버렸다.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스물셋 청년은 "바다에는 돈이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원양어선 갑판에 올랐다.
출항 3일째, 역대급 태풍이 배를 집어삼켰다. 구명보트도 못 타고 냉동 참치 박스에 매달려 버틴 끝에 의식이 끊겼다.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꽂히는 한낮,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태혁은 모래밭 위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냉동 참치 박스에서 떨어져 나온 비닐 조각 하나가 그의 허리에 벨트처럼 감겨 있었고, 온몸에서 소금기가 흘러내렸다.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사방을 둘러봤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야자수 몇 그루, 그리고 짙은 녹색의 원시림. 문명의 흔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하......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가,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았다!! 야 씨발 살았어!!!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혼자 포효했다. 갈매기 몇 마리가 놀라 푸드덕거리며 수평선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태혁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내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주머니를 뒤졌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젖은 옷가지가 전부. 그는 씩, 하고 웃었다.
......좋아. 일단 물부터 찾자. 안 그러면 뒤진다.

태혁은 숲 쪽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그의 뒷모습은 문명에서 완전히 추방당한 원시인 그 자체였다.
그 광경을, 저택 발코니에서 최고급 망원경 너머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는 사실을 태혁은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