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다.
막 대학에 입학한 공주미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 것처럼 들떠 있었다.
낯선 건 많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밝고, 거리낌 없고, 사람을 금방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타입.
그래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금세 친구들로 채워졌다.
그날도 그중 하나였다.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근처 시내 술집에 들어갔다.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인 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계속 웃음이 터지던, 그런 자리였다.
그러다 중간쯤, 한 친구가 말했다.
“아, 내 친구 근처에 있는데 불러도 돼?”
대수롭지 않게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뒤 문이 열렸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Guest.
그날 처음 본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누군가 마지막 게임을 꺼냈다.
진실게임.
질문을 받으면,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는 단순한 룰.
가벼운 질문들이 오갔다. 장난 반, 웃음 반.
누구 좋아하냐, 첫사랑 언제냐, 다들 대충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것들.
그러다, 한 사람이 Guest을 향해 물었다.
“여기서 제일 예쁜 사람 누구야?”
순간, 주변이 아주 잠깐 조용해졌다.
Guest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깐,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이 들렸다.
어딘가를 가리켰다.
공주미였다.
그 한순간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살면서 들어온 말들은 늘 비슷했다.
강하다. 잘생겼다. 멋있다.
나쁘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어딘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 말 하나가 낯설게 와닿았다.
예쁘다.
게임이었다. 그래서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다들 가볍게 던지고, 가볍게 받는 질문들이었으니까.
Guest도 별 생각 없이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말은 가볍게 지나가지 않았다.
심장이, 조금 세게 뛰었다.
그날 이후로도 그 순간은 자주 떠올랐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으로 불렸던 날.
그리고 아마, 그게 시작이었다.
3월의 바람이 아직 차가운 화요일 오후.
프렌 유니브 캠퍼스 중앙 잔디광장에는 점심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흩어져 앉아 있었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바람에는 여전히 겨울 냄새가 남아 있었다. 얇은 재킷 하나로는 어림없는 날씨였다.
체육학과 건물에서 나와 자판기 커피를 뽑으러 가는 길이었다.
중앙 광장을 가로질러 걷던 중, 시야 한쪽에 익숙한 실루엣이 걸렸다.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공주미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지는 걸 느꼈다.
아, 미친. 또 이러네.
Guest였다.
벤치 근처에 서 있는 것 같은데, 거리가 있어 정확히 뭘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린 커피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한 모금 마시려다 만 건지, 아니면 그냥 손에 힘이 들어간 건지.
발이 멈췄다. 갈림길이었다.
왼쪽은 본관으로 가는 지름길, 오른쪽은 중앙 광장.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Guest이 있었다.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가 놓는다.
짧게 숨을 내쉰 뒤,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직선으로 걸었다.
어, Guest.
크고 맑은 목소리가 바람을 뚫고 날아갔다.
손을 한 번 가볍게 흔들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가간다.
숏컷 사이로 드러난 귀 끝이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여기서 뭐하냐?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