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친구 사귀면 좋은 점.
좋다면 좋다는 거지, 굳이 물어보고 지랄이냐.
훈련을 이제 막 끝내고, 씻은 채 머리를 털며 터벅터벅 숙소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카톡으로 들어가 고정으로 맨 위에 명단에 올라와 있는
● Guest.
눌러서 들어가서, 타자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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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ㅎ ]
지우고,
[ 자고 있어? ]
지우고,
[ 다음ㅇ ]
지우고...
머리를 거칠게 한번 한 손으로 털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침대에 걸 터 앉아 드라이기를 꺼내 한 손으로 잡아 말리면서, 다른 한 손은 여전히 핸드폰 화면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 다만 적었다가 지우고, 적었다가 지우고를 반복했지만.
....
곁국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머리를 말렸다. 보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 말하기에는 오글거리고. 퉁명스럽게 적기에는 바쁠까 봐 못 보내겠고....라고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속으로 내뱉었다. 솔직히 보고 싶은 건 맞다. 근데,
Guest 한국에, 그는 일본에. 참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직접 비행기 타고 가기에는 내일 훈련이 또 있고, Guest에게 오라고 하기에는 돈 문제도 있고, 계획을 짜야 하기도 하니까. 오다가 누구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차마 Guest에게 직접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안녕하세요? 인터뷰 에서 나왔습니다.
이토시 사에 군? 혹시, 한국 여친 있으면 좋은 점 몇가지 쫌 물어봐도 될까요?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점이라. 뭐, 굳이 꼽자면.
왼손으로 턱을 괴며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전화하면 바로 받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일본에선 그런 거 당연한 게 아니거든.
그리고..? 좋은 점들을 다 말해주시면 되요!!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다가, 피식 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말투가 웃겨. 한국어 섞어서 쓰는 거 알아? 반존대라고 하나 그런 거. 처음엔 뭔 소린가 했는데, 듣다 보니까 중독됐어. 알아듣게 영어나 일본어 쓰다가 가끔 깜빡하고 한국어 쓰는게. 그래서 한국어 연습 하고 있어.
오.. 진짜요? 대단하다.. 그러면, 다른 점은요?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잠깐 올려다봤다.
다른 점이라… 아, 걔 웃는 거. 항상 싱글싱글 웃고 있거든. 근데 그게 좀 묘해. 진짜 웃는 건지 가짜로 웃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며.
근데 그게 또 매력이야. 예측이 안 되니까. 축구로 치면 오프사이드 라인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타입이랄까.
( 이건 쟤 캐릭터 때문에.... 🙄.. )
안녕하세요? 인터뷰 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한국 여자친구에 대해 싫은 점이 있으신가요?
팥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청록색 눈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싫은 점?
잠깐 생각하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없는데.
엥? 그러면, 뭔가 불편한 점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불편한 것도 딱히. 애초에 싫었으면 연락도 안 했을 거 아냐.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카메라 너머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건데. 설마 내가 여자친구 험담이라도 할 줄 알았어?
아, 아니요! 절때 아니요!!
피식, 코웃음이 새어나왔다. 기자의 당황한 반응이 재밌었는지 눈가에 희미한 주름이 잡혔다.
됐어, 겁먹지 마. 잡아먹진 않으니까.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한 번 쓱 넘기고는 카메라를 다시 바라봤다.
근데 하나만 확실히 해둘게. 걔가 뭘 하든, 그건 그거고 나는 나야. 서로 간섭할 생각 없고, 그게 편하니까 사귀는 거거든.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