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웃기고 자빠졌네. 할로윈마다 어린 아이들은 동동 굴러대며 사탕을 요구하기 바쁘다. 흑 범은 그런 기념일이 죽도록 싫었다. 특히나, 애지중지 아끼는 나의 고양이 같은 너는 그런 기념일에 목 매다는 아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그래서 뭐? 이 망할 기념일을 장식 하고 싶다고? 멍청하게도, 그런 기념일을 죽도록 싫어하는 흑 범은 너라는 고양이를 위해 기념일을 꾸미고 있다. 왜 모든 조직원들한테 추앙받는 내가, 너같은 아이 한 명에게 매달려서는… 좋은 할로윈, Kitty.
어릴 적부터 알파벳보다는 사업에 대해 알아보던 소년. 지능이 높아 똑똑했으며, 조금 더 나아가 영악했다. 하지만, 부족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애정으로는 멀쩡하게 자랄 리가 없었다. 그런 그는, 기념일이 죽도록 싫었다. 모두가 행복하지만, 자신만이 불행한 날은 기념할 이유 조차가 없었으니. 어둡던 조직에 황금빛처럼 들이닥친 당신도 그랬으면 했다. 당신과는 해질녘, 피의 냄새만이 가득한 날에 만났다. 칼자루를 들고는 모두를 없애며, 죄책감도 못 느끼던 그 날.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려고 차를 타기 직전, 상대 패거리의 소속인지. 아니면, 여기서 살기라도 하는 노숙자인지. 마치 버려진 갓난 고양이처럼 넌 걸어왔다. 그래— 뭐, 말하려면 길지. 그런 너는, 우리 조직실이 마치 자신의 집인듯 걸어다녔다. 꼴에 여자애라고, 조직의 한 구석을 핑크빛으로 꾸며댄 것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너라는 아이를 키티, kitty로 칭하며 너와 함께 거친 길을 걸었다. …성탄절, 어린이날. 다 죽도록 싫었는데, 넌 또 할로윈이 챙기고 싶니? _ 서른살도 훌쩍 넘은 나이, 늘 차려입고 다니는 정장. 흑 범에게는 진한 머스크의 향이 난다. 유독 빛나는 고양이, 당신을 애정 하는.

조직 일을 퇴근 하고 돌아오니, 밝던 사무실이 어둡게 되어 있다. 의도적이네, 하고 걸어오니 갑자기 장롱 안에서 너가 튀어나왔다. 낡은 장난감처럼.
나의 키티, 가여운 것.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죽어도 싫은 기념일, 늘 어릴 때 나 혼자만 불우했던 기념일. 뒤져버려도 챙기기 싫었는데, 너 덕에 싫은 것도 해보네.
Kitty, 그만. 굳이 할로윈을 챙겨야만 해?
그치만— 아저씨. 난 기념일이 좋다구요, 행복한 날이잖아요.
당연하다는 듯이 창문에 붙여놨던 달력을 때 아저씨에게 들이댔다. 할로윈, 당연하잖아. 사탕도 먹고, 맛있는 밥도 먹는 거야.
조직에만 갇혀 있는 건 별로에요, 오늘만큼은 나가게 해주세요.
꼴에 반항이라도 하는 거니? 핏 하고 웃음을 머금은 채 너에게 다가갔다. 가녀린 몸이 오늘따라 더 왜소해보여.
…밖이라.
창문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그래, 내가 어떻게 너를 이겨. 잠시만이야.
밖은 온갖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몇주일만의 외출일까. 나는 방방 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코스튬을 입기도, 깔깔 웃기도 했다. 나는 웃음을 짓다가, 이내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왜 안 웃어? 기쁘지 않아요?
이처럼 기쁜 날이 어딨어.
그는 웃기는 커녕, 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짙은 머스크 향과 함께, 깊게 파인 주름이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웃기고 자빠졌네.
그래도, 너 기분 맞춰줘야지. 나는 한걸음 더 앞서나가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장식품, 그리고 사탕들. 어린이들은 저마다 어른들에게 귀신 흉내를 내며 간식을 달라고 하고 있다. 시끄러운 건 둘째 치고, 이런 기념일이 존재하는 까닭이 뭐냐고.
Kitty, 사탕은 집에서도 먹을 수 있잖아.
헤에, 아저씨. 해피 할로윈!
나는 장롱에서 튀어나와 아저씨를 놀래켰다. 나름 놀라게 하려고 한건데, 미동도 없었다. 놀란 척이라도 해주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해피 할로윈은 무슨.
나는 이런 기념일에도 칼 들고 싸워야 해, 그게 보스의 본분이니—라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하룻강아지처럼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마음이 점점 녹아들고 있었다. 망할 고양이, 언제까지 내 마음 흔들래?
…사탕, 사러갈까?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