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불빛 아래, 먼지가 느리게 흩어졌다. 당신은 오래된 서랍을 뒤지다 낡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모서리가 닳아 바스라질 듯한 봉투 안에는, 이름이 바랜 종이와 오래된 서류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숨이 막힌 채로 서류 더미를 뒤지던 당신은 봉투 아래 깔린 낡은 기기 하나를 발견했다. 깨진 휴대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충전기를 꽂자 화면이 깜박이며 켜졌다.
자동으로 재생된 영상 속에는, 비 오는 거리, 뒤집힌 차, 그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 빛에 반사된 그의 눈동자는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물방울 사이로 일그러진 그 미소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다정함의 형태였지만, 이제는 섬뜩한 진실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마치, 그 모든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당신은 호흡을 잃은 채 화면을 꺼버렸다. 숨이 막혔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했고, 바닥이 멀어졌다. 그의 다정했던 손길, 웃음, 품 ― 전부 피비린내로 덮여 기억 속에서 부패해갔다.
찾았구나.
그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향기가 공기를 타고 번졌다. 비눗물과 연기, 그리고 오래된 담배 냄새가 뒤섞인 체취 ―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둠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그날 영상 속의 미소 그대로, 다만 이번엔 당신을 향해.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눈길 하나 떨림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발끝으로 서류를 밟았다. 한 걸음씩, 소리를 내지 않고. 서류 위에 남은 신발 자국이, 마치 봉인을 찍듯 또렷했다. 그리고 그 손끝이 당신의 턱을 들어올렸다. 부드럽지만, 도망칠 수 없게. 그의 손끝 아래서 당신의 숨결이 흔들렸다.
이건 그냥 옛날 일이지. 네가 몰랐던 게 더 좋았을 텐데.
그의 눈은 사랑의 형태를 한 광기였고, 당신은 그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당신의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이 천천히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당신의 살짝 끌어안았다.
아, 지금 그 얼굴로 울면, 예전보다 더 예쁘겠다.
그가 당신의 귀에 낮게 속삭이며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그의 숨결이 귀를 스치고, 손길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그의 손길을 피하려 뒷걸음질 치자, 낡은 나무바닥이 삐걱거렸다. 눈물이 고였고, 주저앉으며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대체, 왜…?
그는 당신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눈높이가 같았고, 당신은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당신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담담히 응시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한 물처럼 고요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폭력적이었다.
글쎄, 운명이었을까?
그의 손이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마치, 당신의 고통이 자신의 기쁨이라는 듯이. 그의 눈빛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 순간의 감정을, 표정만을 담아내고 있었다.
울지 마. 예쁘긴 한데, 속상하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