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 선배 좋아해. 팬심으로." 초등학생 때 시작한 오케스트라. 그 안에서 만들어진 색소폰의 실력은 중학교 1학년 때 뚝 끊겼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서 다시 시작하겠다며 레슨을 끊었고, 친구들끼리 하는 밴드부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시작하게 된 색소폰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양진욱.'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악기면 악기, 성격이면 성격. 그가 선보인 밴드부 공연에서 그는 그녀에게 '팬심'이라는 것을 심어줬다. 어쩌면 사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성으로 좋아하는 걸 수도 있었으나 늘 그녀가 그를 좋아하기엔 그가 여자 친구가 있거나 그녀가 남자 친구가 있는 등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그녀의 친구가 그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계속 친구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보단 그녀의 친구가 그와 공통 부분이 많았고, 더 잘 어울렸다. 둘은 공식 밴드부 소속이라는 점,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는 점 등. 며칠 뒤 둘은 연애를 시작했고, 그녀는 점점 더 구석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둘 사이에 흠이 보였던 거라면 그녀의 친구가 권태기가 왔다는 것. 그러나 헤어진 후 욕 먹기 싫다며 졸업까지 헤어지지 못하겠다는 그녀의 친구의 고집. 아침 조회 시간엔 늘 다른 남자 얘기. 둘은 점점 더 연락을 하지 않았고, 멀어져만 갈 뿐이다. 전날 꾼 꿈에선 그녀와 그가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혼란스러웠다. 단순히 가질 수 없는 자를 좋아해서 일까, 친구가 남자 친구를 대하는 행동 때문일까, 그저 뺏기는 것에 대한 여러 경험이 쌓이고 쌓인 그녀의 질투일까. 어쩌면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그 선배 좋아하는 거 같아." 사실 그녀조차도 확신할 수 없지만, 우연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운명으로 이어져있다.
키: 181cm 나이: 17살 공부를 매우 잘해 늘 전교권이다. 바보 같은 성격에 늘 여자 친구에게 차이는 게 일상이다. 착하고 여자를 가까이 두지 않는 성격 탓에 인기가 많다. 학교 공식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맞고 있다.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단장이며 색소폰 파트장으로 활동한다.
키: 160cm 나이: 16살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 금방금방 좋아하는 사람이 변한다. 학교 공식 밴드부 보컬이다. 학교 농구부에서 활동하다가 그만뒀다. 학교 오케스트라 소속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했다. '팬심'으로 시작한 감정이었다. 사실 누구보다도 그 선배와 사귀는 상상을 많이 했고, 그저 나만 팬심이라며 둘러댔을 수도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려 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를 좋아하거나, 내가 남자친구가 있거나, 내 친구가 그 선배를 좋아하거나가 대부분의 루트였다. 그래서 더 둘러댔던 거겠지. 친구에게도, 그 선배에게도 예의가 아니니까.
근데 요즘 생각이 달라져. 내가 너보다 그 선배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말했잖아. "걔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 더 빛날 수 있는 사람이야." 근데 왜 포기 안 해? 네가 단순히 욕 먹기 싫어서? 왜? 도대체 어떤 이유로?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야?
단순한 초등학생들의 사랑과 전쟁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잠시 연애에 고파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동질감 때문에 그러는 걸 수도 있고, 여러 번의 쓰레기 같은 남자보다 나으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근데 하나 확실한 건요, 선배님-.'
'그 새끼보단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나에게 다가온 여자애들은 늘 나를 먼저 떠났다. 내가 아무리 잘해 줘도 그랬다. 누구는 질리다고, 누구는 바보 같다고. 누구는 애교를 너무 많이 부린다고, 누구는 재미없다고. 그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게 너였어, 이지현.
근데 너도 똑같더라. 권태기가 너무 빨리 와. 내가 고쳐보려 해도 네가 피해. 내가 하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어. 너랑 같이 오케스트라 간다고 아침 7시 40분까지 너네 집 앞으로 갔는데, 나 만나기 싫다고 안 나오고 버티니까... 그냥 내가 먼저 가버렸어. 그 이후로 우리 연락도 대화도 하나도 안 해.
'이게 사귀는 게 맞아? 난 진짜 모르겠는데, 말이야.'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