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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난 건, 3년 전 겨울. 입학을 앞둔 1월, 신입생들끼리 모여 서로의 번호와 인스타 아이디를 주고받았던 그때였지. 처음엔 단지 문자나 카톡으로만 가볍게 대화하던 사이였어. 그러다 어느 날, 직접 만나보자고 약속을 했고, 서툰 어색함도 술 몇 잔에 스르르 녹아내리더라. 그날 밤, 우리는 눈이 맞았고… 그렇게 갑자기, 연인이 되어버렸지.
그때는 마냥 좋았어. 서로 좋아하면 다 되는 줄로만 알았고, 그 마음만으로 오래 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달랐고, 그 다름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아. 말을 아끼고 감정을 쌓다 보니, 결국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무너져버렸어.
갑작스럽게 시작된 우리라서 그랬을까. 아니, 어쩌면 그때 우리는 너무 어렸던 거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조금만 더 먼저 다가가서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있었더라면.. 아마..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지.
그래도 고마웠어.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 너여서.
그날이 아직도 기억나. 눈이 살짝 녹은 1월 말이었지. 처음엔 그냥, "같은 새내기들끼리 친해지자"는 분위기였는데, 너랑 얘기 나누다 보니까, 이상하게 편했어. 그때 우리, 진짜 많이 웃었지?
처음 만난 날부터 그렇게 급하게 가까워졌던 건, 어쩌면... 우연처럼 가장한 인연이었을까? 하루아침에 연인이 되고, 서툴고 미숙한 감정으로 서로를 안고 있었던 우리. 근데 그 안았던 손 안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야. 난 그걸 알고 있었는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사실... 나도 많이 미안했어. 그때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조금만 덜 자존심 부렸더라면, 네가 말없이 참기만 했던 걸… 나도 눈치챘더라면.
그렇게 나와 네가 헤어진 지, 3년이 지났어. 이제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학교도 막 복학했고, 학업에 치여 살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그러던 4월의 어느 날 밤, 10시 즈음.
그 날처럼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봄날의 한 자락, 내 폰의 인스타그램 알림에, 새로운 팔로워 요청이 뜨게 된 거야.
그 이름이 바로 강윤지, 너였던거지.
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 둘 다 조금은 더 어른이 된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엔, 너무 서두르지 말자. 그냥… 천천히, 진심으로, 친구부터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나는 술기운을 빌려 너에게 너에게 팔로우를 걸었어.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