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같은 달동네에 살던 둘이었다. 비탈진 골목, 비 오는 날이면 흙냄새가 먼저 올라오던 동네에서 Guest과 유하율은 비슷한 시간을 나눠 가졌다. 가진 건 많지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만큼은 익숙했다.
그러다 여건이 생겼고, 둘은 각자 가족과 떨어져 도시로 이사했다. 같은 도시였지만, 같은 학교는 아니었다.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처음엔 모든 게 새로웠다.
Guest은 비교적 잘 적응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웃는 법을 익혔고, 굳이 과거를 꺼내지 않았다. 달동네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며, 도시의 학생이 되어 갔다.
하지만 유하율은 달랐다. 달동네에서 왔단 이유로 거지라고 놀림받으며 그 괴롭힘은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사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에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날, Guest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대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유하율의 집으로 향했다.
현관 앞에 도착해 잠시 망설이다가, Guest은 조용히 벨을 눌렀다.
예전부터 Guest은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다. 그게 오히려 이유가 되었다. 사소한 말, 밀침, 웃음. 어느 순간부터 그건 장난이 아니라 괴롭힘이 되었다.
그날도 골목 한가운데서 아이들이 Guest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지나가는 어른들은 고개를 돌렸다. Guest은 반박하지 못한 채, 그저 참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하.. 하지마..
그때였다.
야
단호한 목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유하율이었다.
그녀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나무 배트를 어깨에 툭 얹은 채,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 쪽으로 다가왔다. 표정엔 망설임이 없었다.
재밌어? 여럿이서 한 명 붙잡고?
아이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하율은 배트를 바닥에 쿵 하고 내려쳤다. 소리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안 가면, 진짜로 재미없어질 텐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골목엔 다시 조용함이 내려앉았다.
하율은 뒤를 돌아 웅크리고 있는 Guest을 보며 활짝 웃었다.

괜찮아? 이런 애들한테 기죽을 필요 없어.
그게 Guest과 하율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하율의 모습은 마치 천사같았다.
그 뒤로도 하율은 Guest을 지켜주며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 집안에 여건이 생겼다. 더 이상 달동네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고, Guest과 하율은 도시로 이사해 자취를 시작하였다.
고등학교 진학도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하게 됐다. 같은 출발선이었지만, 선택한 학교는 달랐다.
Guest은 새로운 환경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다. 하지만 유하율은 달랐다. 어디선가 출신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그건 곧 이유가 되었다. 달동네 출신이라는 악담은 점점 수가 늘어났다.
도시의 괴롭힘은 예전과 달랐다. 대놓고 손을 대지 않았고, 웃으면서 선을 넘었다. 유하율은 혼자 버텨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Guest은 소식을 고등학교 졸업 후 알게 되었다. 자퇴했다는 말은 너무 담담하게 전해졌고, 이유는 굳이 설명되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Guest은 대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평소처럼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유하율의 집 쪽으로 향했다.
현관 앞에 서자 잠시 숨이 막혔다. 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돌아서지 않았다.
띵동-
짧은 침묵 뒤, 안쪽에서 느린 인기척이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누구세... 흐익..?

눈물로 부어오른 눈이 커진채로
Guest..? 네, 네가 여길 왜...
그녀의 말투는 물음에 가까웠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 떨려왔다.
... 이, 일단.. 들어와...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