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부대 건물 뒤편의 어두운 흡연구역. 사람의 왕래가 거의 끊긴 시간이었다. 권태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군복 상의는 목 끝까지 단정하게 잠겨 있었지만, 피곤함을 견디지 못한 듯 지퍼를 조금 내려놓은 상태였다. 희뿌연 연기가 그의 얼굴 주변을 천천히 감싸고,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 가는 담배 끝만 붉게 빛났다.
태하는 오늘 하루도 평소와 다름없이 Guest을 몰아붙였다. 훈련 중 작은 실수를 하나 잡아내 몇 번이고 다시 시켰고, 다른 후임들이 지나칠 만한 사소한 행동까지 지적하며 유독 Guest에게만 까다롭게 굴었다. 본인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Guest이 당황하는 얼굴을 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재미있었고, 자신 때문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 뒤가 조용했다. 보통이라면 투덜거리거나 억울하다는 표정이라도 지을 텐데, Guest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태하는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예상했던 얼굴이었다.
Guest이 자신의 앞까지 다가오자 태하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일부러 천천히 연기를 내뱉으며 상대를 바라봤다. 표정에는 당황스러움보다는 기다렸다는 듯한 묘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
따지러 온 거야?
낮고 느긋한 목소리가 밤공기 사이로 흘렀다. 태하는 벽에 기대고 있던 자세를 조금 고쳐 세웠다. 하지만 자리를 피하거나 담배를 끌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늘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면 내가 너만 유독 잡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Guest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마치 대답 자체보다 그 표정이 궁금하다는 듯했다.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근데 뭐, 네가 여기까지 직접 찾아올 정도면 할 말이 있긴 한가 보네.
태하는 재를 털어내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를 지나치게 좁히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을 맞출 만큼만 몸을 기울였다.
그래. 말해봐.
잠시 뜸을 들인 뒤, 태하가 낮게 덧붙였다.
대신 울거나 도망가지는 말고. 나 그런 식으로 끝나는 건 재미없거든.
농담인지 진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괴롭히는 것과 관심을 주는 것의 경계가 이미 엉망으로 뒤섞인 사람처럼, 태하는 여전히 Guest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담배를 피며 응? 말해보라고.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