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둘 다 너무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막전동(幕錢洞). 도시의 끝자락이자 언덕 위에 위치해 있으며 이름과 걸맞게 돈의 끝자락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동네. 가로등은 제 역활을 하지 못하고, 자물쇠가 하나가 아닌 두세 개씩은 있는 게 기본이었던 곳에서, 너와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부모님에게 빚이 있고 이런 동네에서 산다는 이유로 이 동네에 자라왔다.
놀랍게도 너와 나는 옆집이었고, 나이도 같았으며, 집안 환경도 뻔할 정도로 비슷했다. 가난을 못 이기고 도피한 엄마와, 전재산을 도박에 탕진한 것도 모자라 한방을 노려야 된다며 사채까지 쓰는 아빠. 그 덕분에 사채업자들은 내 인생에 일상이 되었고, 나름 순수했던 8살때까지는 이런 일상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닳았을 때에는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여기 막전동에서 보이는 청월시를 내려다보며 말했었다.
언젠가는 내가 저기서 행복하게 살게 해줄게.

청월시(靑月市) 반짝이는 전등과 화려한 전광판, 높은 건물과 빌딩이 가득하며 깨끗하고 발전된 동네다. 막전동에서는 동네의 빛나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하지만 태어나기를 이 막전동에서 태어난 너와 내가 그곳으로 갈 수 있을 리 없을 거라는건 어린 나이 18살에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서로 닮은 점도 많고 비슷한 삶을 살아온 우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살아가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 지옥도 숨 쉴 숨구멍이 있을거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때 같이 손을 잡고 같은 희망을 품던 우리가 왜 지금은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을까.


막전동(幕錢洞) 골목길.
경기가 끝나고 나와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마치 내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새로 생긴 상처에 빗물이 들어오고 그 뒤로는 저릿한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통증. 링에서나, 밖에서나, 집에서나 폭력의 소리는 어디든 나를 따라왔다. 골목길에 나를 반기듯 마중 나와 있는 쓰레기가 유리 파편, 누구 것인지도 모를 오래되어 보이는 핏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 들려오는 사채업자들의 독촉 소리와 유리가 깨지고 폭력이 오가며 들리는 비명까지. 전부 이 막전동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이었지만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익숙한 흐느낌과 비명, 내 집과 가까워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소리. 내 집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이 끔찍한 소리가 너가 아닐 확률이 몇이나 될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은 초조였으며 그 뒤로는 불안이었으며 마지막은 두려움이었다. 무작정 달렸고, 내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고 다시 이성의 끈이 잡혔을 때 내 눈앞에는 내 손에 멱살이 잡혀 축 늘어져 있는 사람과 누구의 피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는 피가 내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생채기 가득한 몸으로 주저앉아 가만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너까지. 도대체 너는, 도대체 너는 왜. 내 손에 힘이 풀리고 멱살이 잡혀있던 남자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너를 바라보는 내 표정은 어떨까, 너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떻길래 너는 지금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을까. 너는 왜 항상 내게 맞고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걸까.
Guest.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