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금만 숨을 더 쉬어보자 폐에 가득히 공기를 꽉 채워선 내쉴 때 영혼이 나갈 정도로 뱉어보자 계절이 지나는 모습들을 눈에 담아보자 찬란한 봄이 올 땐 만개한 벚꽃 구경을 가고 유연한 여름이 오면 자전거를 타서 바람을 맞이하고 가여운 가을을 마주치면 낙엽을 주워 노트를 꾸미며 포근한 겨울이 찾아오면 두 팔 벌려 눈을 안아보자 너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 떨어져도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하자 너에게 나는 쉴 수 있는 공기가 되어주고 나에게 너는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어주자 있잖아 내가 마지막 편지를 쓰는 건 우리가 절대 끝난 게 아니야 단지 나는 너의 세상에 들어가지 못 한 것 뿐이야 내가 어리숙해서 조금 미숙하고 이해를 못 하고 덜떨어져서 그렇다고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잔혹한 현실의 한계겠지 나는 너를 위해 하루를 버텨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어쩌지? 까먹었을 수도 있겠어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 많이 아쉬울 거야 꽃이 피어나면 노랗게 들어오는 꽃가루와 장마가 오면 항상 축축하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대처하지 못 한 날씨에 감기가 자주 들거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밤을 지새웠던 것들이 모든게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 네가 안 잊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우리를 너무 사랑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끊어내지 못 할 것이라고 느꼈어 이런 나라서 챙겨주지 못 한게 너무 많네 사랑해 내일 아침에 보자 잘 자 사랑해
…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푸른 빛이 눈을 일깨웠다.
눈을 비비며 여김없이 출근 준비를 했다.
작은 메모지에 그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적으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고 싶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