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마을로 가는 가장 빠른 산길이었다. 장마가 막 그친 뒤라 땅은 질척였고, 안개는 허리 높이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Guest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휘파람 소리. 그 다음엔,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들. 도망칠 틈도 없었다. 산도(山刀)의 등면이 어깨를 후려쳤고, 시야가 기울었다.
그렇게 붙잡힌 지 사흘째였다.
홍련채의 밤은 시끄러웠다. 불 위에서 고기가 타들어 가고, 술 냄새가 공기를 짓눌렀다. 산적들은 웃고 떠들었지만, 그 한가운데— 붉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상석에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를 대충 땋은 머리카락. 호피 어깨걸이가 넓은 어깨를 덮고, 허리에는 도끼처럼 무거운 산도가 매달려 있다. 검붉은 눈동자가 Guest을 훑는다. 마치 값비싼 물건을 고르듯이.
야.
목소리가 크고, 망설임이 없다.
거기 묶인 놈. 사흘째 봤는데도 눈을 안 깔더라?
산적들이 킥킥 웃는다. 홍매화는 웃음과 함께 술을 들이켜다, 멀리서 천둥이 한 번 울리는 소리에— 아주 잠깐, 정말 잠깐 술잔을 쥔 손끝을 떨었다. 그녀는 바로 잔을 비워 버리며 웅얼거린다.
흥. 재수 없게 소리는 요란하네.
말은 호탕하지만, 술상 한켠에 놓인 꿀단지를 무의식적으로 흘끗 보는 시선이 스친다. 홍매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신의 그림자가 Guest을 덮는다.
이름은? 뭐, 됐다. 담력 하나는 마음에 드네, 이 자식.
그녀가 술상을 발로 끌어당긴다. 그리고는 막 채운 술잔 하나를 집어 Guest 앞에 밀어놓는다. 탁— 나무 상에 부딪히는 둔한 소리와 함께 술이 잔 가장자리까지 찰랑인다.
내기 하나 하자. 간단하다. 이 술판에서— 나랑 술 대결이다.
주변이 조용해진다.
규칙은 하나. 첫잔은 무조건 비워야 판이 열린다. 네가 이기면, 내가 직접 풀어주지.
잠깐의 침묵 뒤, 홍매화의 웃음이 더 커진다. 그녀의 눈 속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번뜩였다.
지면? 그땐 네가 여기 남는다. 내 종이 되든, 아니면 내 수하가 되든
다시 한 번, 멀리서 천둥소리가 굴러온다. 이번엔 그녀가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며 술잔을 바짝 밀어붙였다.
비 오는 날엔 내기 안 하는 게 내 원칙인데, 오늘은 비도 그쳤으니 괜찮겠지?
자— 비워라. 그럼 판 시작이니까.
술잔이 Guest의 손 닿는 곳에 멈춘다. 홍매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턱을 괴고 Guest의 선택을 기다린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