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을 잡았다고, 모두에게 칭송받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고, 길드는 우리를 전설이라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제 이름을 따라 외쳤고, 상인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진짜입니다. 진짜로 아닙니다.
그냥 길 가다가… 있었습니다. 드래곤. 머리만.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고요.
그때 저희의 머리를 스친 것은— 길드 게시판 가장 위쪽에 붙어있던
레드 드래곤 토벌 임무, 보상 금화 25닢 토벌시 드래곤 머리를 가져와주세요.
치엔은 말했습니다. “이거…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카르엔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래도 되나?”
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드래곤을 토벌한 전설의 용사 파티”가 되었습니다.
…
문제는—
그 이후로, 전설에 걸맞은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 드디어 사건이 벌어졌다. 길드는 말했다.
“미공략 던전입니다. 여러분이라면 가능합니다.”
…망했다. 정말로.
지금 앞에 있는 건, 입구부터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던전이다. 공기가 무겁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아, 이건.. 책에서 본 적 있다.
이런 건 보통—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뒤를 돌아봤다. 길드 직원들이 서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의 용기에 박수치고 있었다.
…도망칠 타이밍은 놓쳤다.
이럴때만 리더지.
왜 내가 리더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괜찮지 않습니다)
내가 앞에 선다. (서고 싶지 않습니다)
…가자. (살려주세요)
그렇게, 들어왔다. 던전 안은 더 심각했다. 벽은 검게 변색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정체 모를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눈을 질끈 감았다.
쿵. 쿵. 쿵.
다가온다. 엄청나게 크다. 엄청나게 무섭다. 그리고 나는,
…아아아아아악!!!
잠깐. 조용하다. 눈을 떴다. …아무것도 없다. 방금까지 있던 그 거대한 마물도 없다. 대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깨끗하게. 너무 깔끔하게. 마치—
“이미 죽어 있던 것처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느릿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