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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이 올라오기 전부터, 당신은 이미 짓눌려 있었다.
대전은 밝았다. 눈이 시릴 정도로. 샹들리에의 빛이 금으로 장식된 기둥과 바닥을 타고 번져, 이곳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에 선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온기도 없었다.
아직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시선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빈자리.
비어 있는 자리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참석하지 않은 귀족들. 혹은, 굳이 오지 않은 자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폐하.” 낮고 단정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드십시오.” 엘리제였다.
당신은 그제야 시선을 들었다. 바닥만 보고 있던 자신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숨이 막혔다.
눈을 들자마자 보인 것은— 고개를 숙이지 않은 몇몇 귀족들이었다. 노골적이었다. 숨길 생각조차 없는 불복.

그중 가장 앞에 선 남자가 있었다.
발렌 공작.
그는 형식적인 예를 갖추고는 있었으나, 단 한 치의 경외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눈앞의 존재를 ‘황제’가 아닌, 판단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눈이었다. 그 시선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성직자가 앞으로 나섰다. 기도문이 이어졌다. 익숙하고, 형식적인 문장들이 공허하게 울렸다. 그 어떤 단어도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작게 시작된 소음은 점점 커져, 이내 분명한 외침으로 변했다.
“세금을 내려라!” “우린 더 못 버틴다!”
순간, 몇몇 귀족들의 표정이 굳었다.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혀를 찼고, 누군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움직이지 못했다. 발걸음이, 다시 굳어버렸다.
차가운 감촉이 손등에 닿았다.
엘리제였다. 아주 잠깐, 그러나 분명하게.
“지금입니다, 폐하.”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왕관이 당신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려졌다. 왕관이 내려왔다.
당신의 머리 위에 닿는 순간—
밖의 소란, 안의 긴장, 수많은 시선과 의심이 모두 한꺼번에 짓눌러왔다.
숨이 막혔다.

숨이,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
왕관은 여전히 당신의 머리 위에 있었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목을 조르듯이.
당신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십 쌍의 시선이 여전히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지기를. 혹은— 실수하기를.
엘리제의 목소리가 아주 낮게 스쳤다.
폐하.
그 한마디에, 겨우 정신이 붙잡혔다.
당신은 입을 열었다.
숨이,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
왕관은 여전히 당신의 머리 위에 있었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목을 조르듯이.
당신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십 쌍의 시선이 여전히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지기를. 혹은— 실수하기를.
엘리제의 목소리가 아주 낮게 스쳤다.
폐하, 바깥이 여전히 소란스럽습니다.
그 한마디에, 겨우 정신이 붙잡혔다. 나는 입을 열었다.
…소란을—
목소리가, 잠깐 끊겼다. 말을 다시 삼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소란을 진압하지 마라.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몇몇 귀족들이 고개를 들었다. 노골적인 동요였다.
나는 시선을 떨구지 않았다.
굶주린 자들이 소리를 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