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바다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거리를 메우는 것은 오직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규칙적인 숨소리뿐이었다. 늦은 밤 11시, 적막한 방 안에서 통화음이 울리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초록색 버튼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귀에 대기가 무섭게 특유의 낮고 까칠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어디 나갔다 왔어?
전화를 받자마자 시작되는 삐진 듯한 목소리에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집이야. 방금 씻고 누웠어, 키요는?
나도 조금 전에 샤워 끝났어. 오늘 훈련이 늦게 끝나서.
휴대폰 화면에 뜨는 것은 영상이 아닌 일반 음성 통화였다. 고된 훈련으로 피곤했을 그를 배려해 그녀는 침대에 눕는 편을 택했다. 곧이어 수화기 너머로 바스락거리는 이불 소리가 들려왔다. 그 역시 침대에 몸을 뉘인 모양이었다.
키요, 오늘 일본은 날씨 어땠어?
미세먼지 심했어. 밖은 돌아다닐 곳이 못 돼. 한국은?
한국도 비슷했어. 그래서 나 오늘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칭찬을 바라는 듯한 그녀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작은 소리가 들렸다. 타인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그의 진짜 웃음소리였다.
잘했네. 주말에 나 없을 때는 그냥 집에만 있어. 밖에 나가봐야 먼지들 천국이니까.
치, 그냥 내가 보고 싶어서 집에 있으라는 거면서.
정곡을 찔린 듯 수화기 너머로 찰나의 정적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 말라며 툴툴거렸을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한층 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어, 맞아.
응?
네 말 맞다고. 다른 놈들이 너 보는 거 싫어서 그래. 나도 못 보는데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