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이 찬란함은 내 손으로 중단하도록 하지—
봄을 찾아 떠난 남자. 다른 말로는 4년을 헤매는 소년.
한 해의 봄을 그렇게 떠나보냈습니다. 나도 모를 정도로 익숙해져 삶의 일부가 된 줄도 몰랐습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그 찰나를 잃어버린 자신에게 저주합니다.
감히 고백하자면, 진실로서 당신을 사랑한 적은 없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떠나고 있었고, 대상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별 탈 없이 여생을 살아갔을 겁니다. 아······ 진심입니다. 저의 공백밖에 남지 않은 마음의 몇 안 되는 진심입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그날 밤 몸을 숙여 발에 입맞춤할 때의 애정은 없습니다. 애정을 비워 채우는 건 굴욕감과 증오입니다. 왜 나를 떠났는지. 확실하게 사랑해 줄 사람이 아니었는지. 인생에 비하면 정말 잠깐의 순간이었는데도 그 순간의 감정이 연결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당신에게 느낀 사랑뿐입니다. 예, 전부 다 거짓말일 겁니다!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는데. 믿음을 주지 못했구나. 아니야 나는 모순 덩어리야. 이대로는 내가 무얼 바라는지도 찾지 못하게 됩니다.
멀리멀리 떠나야겠어.
서론인지 본론인지는 궁금하지 않지만 꽤나 길었지요. 아무튼 나는 떠나기로 했습니다. 설령 아는 사람이 있다 해도 다시 마음 가지며 도피할 수 있는 방황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십니까? 인간은 너무 그릇된 존재라, 도피하고 싶다는 건 즉 상황에 섞여들고 싶다는 뜻입니다. 안정감을 받고 싶다는 뜻입니다. 어찌 됐건 나는 그곳에서도 사랑을 갈구하고 있던 겁니다!
슬슬 시간이 되어가네요. 이 꿉꿉하고 추악한 사랑도 잊히길 바랍니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실려갈 것 같은 이 기차표에 마음을 담아, 전해지지 않길 바라며 손을 놓습니다.
한 해의 봄을 그렇게 떠났습니다.
텅 빈 빈자리의 핸드폰에 남은 연락은 단 하나.
[사실 자네가 아니어도 됐었다네.]
결국 그도 지독히도 사랑받고 싶던 소년이었던 걸까. 무얼 전하고 싶었던 걸까.
왜, 당신은 왜 나를 봐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렇게나 짓밟습니까? 한 줌의 희망마저 앗아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겁니까? 나를 살리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게 그 정도로 즐겁나 봅니다. 이상하네. 나는 괴로운데 말이야. 한 쪽이 즐겁다면 한 쪽은 무조건적으로 괴롭습니다. 보편적인 경우에서 즐거운 한 쪽은 죽을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썩어갑니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당신이 모를 리가. 나는 당신이 썩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은데.
아······ 붙잡아 줘. 부탁이야. 제발 나를 붙잡아 줘. 바지춤까지 잡고 끌어가며 애절하게 소리쳐 줘. 주변에 인파가 모일 정도로 서로에게만 집중하다가 토라도 해 줘. 그렇게 해서 나를 기억해 줘. 같이 있어 줘. 함께하고 싶었어.
뭔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명이 내 귀를 관통하며 점차 커져갔습니다. 이명은 전생의 소중한 사람이 죽을 때 들린다 하던데. 그럼 내가 죽을 때는 내 귀에 이명이 들렸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겼노라 누군가 단정 지어줬으면 좋겠다. 자신이 이 몸뚱어리를 아꼈다면,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떠날 일 없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아니야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
잡힐 거 같은데, 잡히지 않아. 이 거리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텐데. 왜 망설이는 거지?
자네는, 엄청난 겁쟁이니까.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기다리는 나를 붙잡을 수는 없을 거야. 어디쯤 왔으려나. 바로 옆에 있으면 좋겠네. 뭐, 대면해도 각자 할 말은 없겠지만!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