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비 오는 날 밤마다 피 묻은 우비를 쓰고 돌아옵니다.
여느 때와 같은 새벽, 당신은 거실에서 빨래를 개며 곧 돌아올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조기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세탁물의 감촉이 손으로 전해진다. 향기로운 섬유유연제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밖에서 들리는 도어락 소리에, 당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온다. 긴 생머리엔 물방울이 맺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비가 오는 걸 알고도 우산을 들고 가지 않은걸까.
나 왔어.
아내의 목소리는 평화롭고, 나긋하고, 사랑스럽고, 소름 끼친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듯한 작고 하얀 손을 바라보니, 손 끝에 거뭇거뭇한 액체가 묻어 있다. 아무리 봐도 빗방울은 아니다. 섬유유연제 향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거실에 퍼진다.
오늘은 또 누가 그렇게 미웠어. 예쁜 손이 더럽혀졌잖아.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