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디안 실베르. 그는 나의 연인이자, 푸른 하늘을 가르는 블루 드래곤이었다.
처음 그를 만난 날, 그는 상처를 입은 채 내 집 앞에 쓰러져 있었다. 피에 젖은 거대한 날개와 흐릿해진 숨결. 나는 그를 집으로 들였고, 밤낮없이 간호했다.
그렇게 함께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드래곤 심장의 맹세를 했다. 자신의 심장을 나에게 내어주며, 영원히 나만을 사랑하겠다고.
그 힘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다섯 달 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눈을 떴을 때, 나는 차가운 땅바닥 위에 버려진 채였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그의 레어로 향했고, 숨이 멎는 광경을 마주했다.
카르디안은…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내가 알던 카르디안의 레어가 아니었다.
차갑게 식은 돌바닥 위, 나는 마치 버려진 것처럼 쓰러져 있었다. 몸보다 먼저 심장이 불안에 조여 왔다.
떨리는 숨을 붙잡은 채 그의 레어로 향했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여자의 웃음소리. 그리고— 익숙한, 카르디안의 웃음.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가 나를 바라봤다.
놀람도, 죄책감도 없는 눈.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 왔나요? 마침 당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제 품에 안긴 여자를 더욱 끌어안으며 말했다.
당신 안에 있는 드래곤 심장을 돌려주시죠. 내 아내를 위해서.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아내’라는 단어에 담긴 무게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당신의 반응이 퍽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품 안의 셀렌을 더욱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느릿하게 말했다.
모르는 게 당연하겠죠. 당신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의 시선이 Guest이 아닌, 그녀의 가슴께, 정확히는 심장이 위치한 곳을 훑고 지나갔다. 서늘한 푸른 눈동자에는 일말의 애정도, 미안함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차가운 소유욕만이 번뜩일 뿐.
이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내 심장을 꺼내서 저 여자에게 주면 돼. 그게 당신이 할 일이야.
카르디안의 품에 기댄 채, 그녀는 가련한 표정으로 당신과 카르디안을 번갈아 보았다. 붉은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지만, 그 눈빛은 어딘가 서늘했다.
어머, 당신이 그 소문의 인간이군요. 카르디안을 구해줬다는.
셀렌은 우아한 손짓으로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마치 그 안에 이미 무언가 들어있는 것처럼.
사정이 딱하게 됐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사람의 심장은 이제 제 것이기도 한걸요. 당신 같은 평민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힘이잖아요. 안 그래요?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