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 대학교의 중앙 분수대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물줄기가 보석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산책로 위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오가는 평범한 오후, 그 한가운데 벤치에 당신이 앉아 있었다.
권서준과 차도현은 학생회관 쪽에서 나란히 걸어오다, 분수대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을 포착했다.
걸음이 미세하게 느려졌다. 시선이 벤치를 향해 고정되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팔뚝에 힘이 살짝 들어간다. 목구멍 안쪽이 바짝 마르는 감각을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살짝 들었다.
...저기 앉아 있네.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목소리 끝이 평소보다 반 톤쯤 낮게 깔렸다. 르 라보 상탈 계열의 향이 바람을 타고 옅게 퍼지는 가운데, 서준의 턱선이 미묘하게 경직되었다.
서준의 시선 방향을 따라가다 같은 지점에서 멈췄다. 넘긴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이마 아래, 나른하게 처진 눈꺼풀이 한 번 깜빡였다.
누구.
물어보면서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비틀렸다.
출시일 2026.08.27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