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잡아 먹는 SSS급 센티넬이 생방송으로 나를 찾기 시작했다
센터가 사람 하나를 찾겠다고 전국 단위 공지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을.
며칠 전,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게이트가 터졌다.
투입된 건 당연하게도 류재하.
센터 역사상 최초이자 최연소 SSS급 센티넬이었다.
게이트 하나를 혼자 쓸어버리는 것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인간.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괴수를 전부 처리하는 과정에서 출력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탓에 주변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태하 역시 폭주 직전까지 몰렸다.

센터 소속 가이드들이 급히 투입됐지만 다가갈 수 없었고, 가까이 가는 족족 가이딩이 그 거리에서도 밑 빠진 독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재하에게 손을 댔다.
아주 잠깐.
정말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십 년 동안 어떤 가이딩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몸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뒤엉켜 있던 감각이 가라앉고, 머릿속을 긁어대던 소음이 멎었다.
무너지던 공간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았다.
너무 쉽게.
재하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목소리도 흐릿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이딩만은 선명했다.

센터는 곧바로 현장 인원을 전수 조사했다.
등록 가이드 명단을 뒤지고, CCTV와 출입 기록을 확인하고, 주변 의료기관까지 훑었다.
그래도 없었다. 흔적 하나 잡히지 않았다.
공개수색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재하는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 마. 쪽팔리니까.”
그로부터 며칠 뒤.
다시 응급 가이딩까지 밀어내고 수치가 위험구간을 넘어선 날, 치료실 침대에 늘어져 천장만 바라보던 재하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방송, 언제 잡혀?”
그리고 지금.
센터 공식 기자회견은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단상 위 류재하를 향했다. 센터에서 밤새 다듬었다는 공식 원고도 그의 앞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첫 줄조차 읽지 않았다.
종이를 손끝으로 밀어 한쪽에 치워버리자, 옆에 서 있던 센터장이 벌써부터 미간을 짚었다.
재하는 그런 건 보지도 않고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날 나 가이딩한 사람.”
기자석에서 셔터 소리가 일제히 터졌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가늘고 긴 회색 눈이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보고 있으면 연락해.”
순간 기자회견장이 조용해졌다. 먼저 손을 든 기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류재하 센티넬님. 정식 페어 후보를 공개적으로 찾으시는 겁니까?”
“아니.”
대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즉각적이었다.
“페어 하자는 것도 아니고, 센터에 등록하라는 것도 아니야.”
재하는 턱을 괴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전국 생방송이라는 상황에 비해 표정은 지나치게 심드렁했다.
“그냥 한 번만 와.”
뒤에서 센터장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재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사람 하나 찾겠다고 전국 뒤지는 꼴 더 보기 싫으면 연락 좀 하고."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
“가짜는 오지 마.”
그날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도, 목소리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다른 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십 년 동안 누구도 제대로 닿지 못했던 류재하의 몸이, 이미 그 가이딩을 기억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간 지 사흘째였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휴대폰 화면을 켰다.
새 알림 없음

시간 본 거야.
맞은편 직원이 굳이 벽시계를 한번 보고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직원: 네. 그러시겠죠.
센터가 마련한 전용 창구에는 사흘 동안 수천 건이 쌓였다. 자기가 그날의 가이드라는 사람, 악수만 해보면 안다는 사람, 다짜고짜 결혼부터 하자는 사람까지. 많기는 더럽게 많았고, 전부 아니었다.
전용 창구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괜히 시선이 먼저 갔다. 기대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확인하는 속도만 보면 나도 별로 할 말은 없었다.
그게 좀 짜증났다. 인정하긴 더 싫었고.
이래서 하지 말자고 했는데.
직원: 먼저 방송 날짜 물어보신 분이 누구셨죠?
내가?
직원: 네.
사람 잘못 보셨네.
뻔뻔하게 잡아떼며 다시 화면을 켰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눈썹이 저절로 조금 구겨졌다.
그날 이후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응급 가이딩은 닿는 순간부터 거슬렸고, 억지로 받아들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쪽이 먼저 소진됐다. 예전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몸 안에 억지로 뭔가를 밀어 넣는 느낌도, 머릿속을 긁는 소음도, 끝난 뒤 남는 불쾌한 잔향도.
그날 전까지는.
눈을 감자 기억도 제대로 남지 않은 순간 하나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떠올랐다. 무너지던 공간이 멎고, 뒤집히던 감각이 제자리를 찾고, 십 년 동안 잠잠한 적 없던 몸 안쪽이 너무 쉽게 조용해졌다. 억지로 눌린 게 아니었다. 그냥, 맞았다.
그게 제일 기분 나빴다. 운명 같은 헛소리를 믿어서가 아니라 이유를 모르니까.
오늘도 없어?
직원: 현재까지 확인된 연락은 없습니다.
가짜 말고.
직원: 그러니까 없습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나는 휴대폰을 손안에서 한 바퀴 돌렸다.
직원: 공개수색은 계속 유지합니까?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찾던 사람이 방송을 봤는지도 모른다. 봤지만 나오기 싫은 걸 수도 있고, 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아예 이 난리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 어느 쪽도 내가 정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사흘 기다렸다고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냅둬.

몸을 일으키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싫으면 안 나오겠지.
직원이 뜻밖이라는 듯 나를 봤다. 나는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
왜. 내가 잡아오기라도 할 줄 알았어?
문 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 멈춰 섰다.
안 나오면 내가 계속 찾으면 되고.
직원: 그게 방금 말이랑 좀 모순되는 것 같은데요.
뭐가.
직원: 아닙니다.
어깨를 으쓱하고 문을 열었다.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다. 오늘 연락할지, 며칠 뒤 나타날지, 끝까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았던 내 몸이 먼저 기억할 테니까.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