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어느 날이었다. 낡은 비디오 테이프가 기억 저장고에서 발견되었다. Disposal 낙인이 찍혀있었다.
기억 저장고의 형광등은 낮게 웅웅 울고 있었고, 먼지 쌓인 철제 서가 사이로 음험한 공간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테이프는 분명 분류표에 없었다. 전산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라벨은 반쯤 벗겨져 있었고, 붉은 스탬프는 번져 있었다.
DISPOSAL
폐기,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기록. 관리번호는 긁혀 지워져 있었지만, 상단 모서리에 검은 매직으로 적힌 글자가 남아 있었다.
47-B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보관 담당자의 손이 미묘하게 떨렸다. 47번 구역은 1996년에 폐쇄된 구역이었다. 공식 사유는 “시설 침수 및 자료 손상”. 비공식 사유는 기록되지 않았다.
테이프는 이미 한 번 폐기 승인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기에 있는가. 폐기함은 지하 소각실 직행이다. 그런데 이 테이프는 소각 목록에 없다. 누군가 꺼냈다. 그리고 다시 숨겼다.
플레이어는 아직 작동했다. 오래된 VCR은 기계음과 함께 테이프를 삼켰다. 처음엔 검은 화면. 수평 노이즈. 낮게 깔린 숨소리 같은 전기음. 자막이 떴다.
1996.07.21 수색 3일차
카메라는 숲을 비추고 있었다. 흔들리는 화면. 어두운 능선. 그리고… 지도. 카메라가 지도 위를 비췄다. 굵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귀̶̶환̶̶로̶̶
등고선을 무시한 직선. 지도 인쇄 연도는 1987. 그런데 잉크는 새것처럼 선명했다.
화면이 갑자기 끊겼다. 노이즈가 일렁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
돌아가면 안 됩니다.
그 뒤에, 아주 작은 속삭임이 겹쳐 들렸다.
이미 돌아왔습니다.
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프레임에, 숲 가장자리, 카메라를 바라보는 인영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구조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복장은 2026년형이었다.
이를 발견한 관리국은 곧바로 요원 둘을 파견한다.

아아아, 여기는 12-2리.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위 산기슭이었다. 입김은 연기가 되어 불어왔다. 몸에 카메라 고정대를 단 후 옆을 본다. 씨발 진짜. 기분 잡치게.
야. 니 왜 왔냐?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