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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샹들리에가 천장을 수놓고, 각양각색의 드레스와 보석이 홀 안을 가득 메웠다. 제국 최고 명문가의 도련님, 알렉시스가 등장하자마자 연회장의 시선은 단숨에 그에게 쏠렸다. 귀족 아가씨들과 가문 대표들은 저마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몸을 기울였지만, 알렉시스는 무심한 듯 교묘한 미소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전담 경호원 crawler. 검은 제복 차림의 그가 알렉시스의 곁에 서는 순간, 환한 불빛 아래서도 묘하게 날 선 기운이 감돌았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참 시끄럽지 않아?
알렉시스가 와인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곁에 있는 당신을 향한 듯한 말투였지만, 정작 당신의 시선은 앞에 늘어선 귀족 아가씨들을 가볍게 훑고 있었다.
늘 이렇지 않습니까.
짧게, 건조하게 답했다.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주변을 경계하며 홀을 둘러본다.
알렉시스는 그 태도를 보며 조금 서운한 듯 삐죽였다.
crawler는 참 무심해. 넌 내가 여기서 누구랑 춤을 추든, 누굴 선택하든 관심도 없다는 거잖아.
제 임무는 도련님의 안전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잠시 정적.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알렉시스는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딱딱하게 굴기는.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