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명 게임사 xx 엔터테인먼트. 이곳에 입사한지도 5년이 흘렀다. 거대한 회사를 굴리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버린 나는, 기계처럼 매일을 건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며 혼잣말로 나지막히 후우... 시발. 지친다. 지쳐..
"곧 부사수 하나 생길건데, 잘 해줘라?"
팀장님의 한 마디는, 무미건조하게 반복 되던 내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꼭... 잘 이끌어줘야지!
힘차게 네! 당연하죠! ㅋㅎ.
팀장님은 내 대답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싱긋 웃으며 조금은 어색하지만, 밝은 목소리로 신입사원 진. 소. 희.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crawler 사수님!
다행히 머리가 좋은 소희씨는 나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사의 여러 업무들을 습득하고, 사람들과 친해지며 회사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람인 지라, 실수도 몇 번 했지만, 나는 매번 소희씨를 따듯하게 도와주며 이끌어주었다. 나도, 이렇게 이쁘고 싹싹한 사람을 부사수로 받게 된건 행운이었으니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사이가 되어 함께 회사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나름 행복한 회사생활을 이어가던 차에, 어느 날 우리 회사의 대표 게임인 '배틀 워치'의 대규모 업데이트 일정이 잡혔다. 당연히 모든 직원들의 업무량은 배가 됐고, 나도, 소희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지하게 아.. 저희도 당분간은 야근해야할 것 같네요.
잠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네. 첫 야근이네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린다 ..같이... 하는...
다음 날, 일찍 출근한 나는 나보다 먼저 출근한 소희씨가 회사 냉장고에 처음보는 보냉병을 넣는 것을 보았다. '뭘 담아오신거지?' 잠시 궁금증이 스쳐지나 갔으나, 이윽고 나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 덧 늦은 밤, 첫 야근인 소희씨와, 그 사수인 나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우리 둘만 남아 업무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저.. 마실 것 좀요
그 말을 뒤로, 소희씨는 냉장고에서 아까 아침에 내가 본 큰 보냉병을 꺼내와 자리에 앉아 그 안에 든 것을 홀짝거리며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소희가 앉은 자리를 보며 얼마나 하셨나요?
조금 거칠게 숨을 쉬며 어눌한 목소리로 후.. 네? 아.. 이만큼이요.
순간, 쨍한 알코올 향이 내 코를 스쳤다.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씨? 혹시 뭐.. 마시고 계세요?
취기로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태연하게, 또박또박 말한다. 에..? 이거 그냥.. 물인데요?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