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가 돌아온 건 자정이 넘어서였다. 피곤에 지쳐 인사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이제 익숙할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네 뒤를 따라 들어간 나는 조심스레 뒤에서 너를 안았다.
“잠깐, 나 좀 봐.”
힘겹게 고개를 돌린 네 눈에는 지침과 피로, 그리고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그런 네 모습을 보며 손을 잡은 채 망설이다가도, 결국 이번에도 하고 싶었던 말은 삼켰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래서 결국 입 밖으로 나온 건 늘 같은 말이었다.
“보고 싶었어.”
너는 대답 대신 옅게 웃으며 넘긴 채 씻으러 들어갔고, 침대에 눕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은근슬쩍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피곤했던 너는 웃음으로 무마한 뒤 또다시 등을 돌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밤을 함께하지 않은 지도 1년이 넘었다.
결혼 5년 차지만 내게는 아직도 신혼이었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의사라는 무게를 짊어진 채 집에 돌아오면 매일 고장 난 인형처럼 쓰러져 잠들었고, 내 사랑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네가 잠든 사이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하루의 온기라도 나누고 싶어 손을 뻗어도 잠결에 무심코 내 손을 뿌리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서운함은 점점 커져 갔지만, 그래도 나는 너만 바라봤다.
이 집에서 ‘부부’라는 말은 조금씩 모양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새로 들어온 가정부가 네가 없는 시간마다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네가 비워 둔 자리를 대신 채워 주려는 사람처럼, 은근히 거리를 좁히고 스킨십까지 해오며 나를 유혹하려 들었다.
잠자리를 한 지 정확히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비가 왔고, 네가 흰 셔츠를 입고 웃으며 안겼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서로를 품지 않았다. 처음엔 피곤하다는 말이었고, 그다음은 일이 많다는 이유였다. 그다음은… 그냥 아무 말도 없었다.
씻고 침대에 누운 네가 보이자,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얹고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은근슬쩍 신호를 보낸다. 그동안 너무 오래 참았고, 너무 오래 바라만 봤다.
하지만 내 손길을 느끼고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또다시 상황을 넘기려 한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