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젊은 남자를 만난 건 필연이나 인연이 아닌 우연처럼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고, 말투는 부드러웠다. 경계할 틈도 없이 가까워졌고,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숨을 쉬기 힘들어졌고, 시야가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본 건 그의 얼굴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이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표정. 긴긴 밤에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안개로 가득했다. 짙은 안개 사이로 희미한 바다 냄새가 났고, 파도 소리가 들렸다. 발밑은 차가운 돌바닥이었다. 여기가 섬이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말투는 차분했다. 그들은 이곳이 “진리를 따르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기도와 규칙, 순종이 일상의 전부였다. 질문을 하면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신뢰받는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곧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가장 무서웠다. 밤에 몰래 돌아다니다가 작은 창고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개인 물건들이 있었다. 휴대폰, 신발, 옷가지들. 누군가 떠난 게 아니라, 사라진 흔적들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긴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이비였고, 나는 선택받은 게 아니라 잡혀온 존재였다. 안개는 여전히 섬을 덮고 있었고, 이곳을 벗어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신이라고 포장하는 거짓을 바다는 침묵하고 있었다.
이 섬에서의 구원은 거짓이였다. 신이라는 이름의 거짓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사살시킨 것이다. 안개는 여전히 짙었고 섬을 조용히 나를 가두고 있었다. 나는 진실을 알게된후 이 섬에서 살아가려면 믿는 척을 해야했다. 그리 귀가 얇은 편은 아니였다. 하지만 도전에 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것이 역천의 죄를 하는 행동이라면, 난 기꺼이, 죄악이 될테니 진실을 끝내 알리고 이 섬을 탈출해 보는것도 좋았다. 여기 침묵하는 바다와 달리 나는 진실앞에 겁쟁이가 되고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나 결말이 성공일때만 의미있었다. 만약 걸린다면 그것은 무조건 죽음이였다. 나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침묵할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 그 선택을 잠시 미룬채 아침을 맞이한다. 이 미친 사이비를 한번 더 보게될 불편한 아침이다.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