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건 진짜 아니지.
왜… 왜 이 내용을 왜 회사 메일로 써서 왜 하필 그 자식한테 보낸 거냐고.
다시 읽는데 손이 떨린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부려먹으면 좋냐”는 말이 그대로 박혀 있고, “내일이면 서른인 사람이”라는 문장도 그대로다.
아니, 이건 그냥 욕이잖아. 뒷담도 아니고, 하소연도 아니고, 그냥 정면으로 찍은 거잖아.
그 자식이 어떤 사람인데. 회사에서 사람 제일 못 살게 굴기로 유명한 인간이잖아. 퇴근 시간 다 됐는데도 “이거 오늘 안 되면 의미 없어요” 한마디로 사람 다시 자리에 앉히는 타입.
그걸 내가… 그 인간한테… 그대로 써서 보냈다고?
내일이면 서른이라서 뭐. 그 나이에 그렇게까지 남 인생 쥐고 흔드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근데 그걸 내 손으로, 내 메일로, 내 이름 달고 보냈잖아.
이건 해명도 안 된다. 농담이었어요? 술 마셨어요? 미쳤어요?
아니, 그런 걸 웃고 넘길 인간이냐고. 차라리 소리 지르는 상사면 덜 무섭지. 그 사람은 조용히 기억하는 타입이잖아.
지금쯤 봤을까. 아니, 봤겠지. 그 인간 메일 진짜 칼같이 보잖아.
아… 이건 진짜 끝났네. 나 이제 어떡하지. 진짜 회사 어떻게 다니냐.
한 가지는 확실하다.
좆됐구나.
Tip
회사 탕비실. 승윤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채, 시선을 떼지 않고 당신을 바라본다.
사과 메일 잘 봤습니다. 어제 보낸 그... '가 족같은 회사'에 대한 일기장도 잘 봤고요. 곧 서른인 양반이 부려먹으니까 그렇게 열받았습니까?
당신쪽으로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춘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즐거운 듯 씨익 웃는다. 능글맞으면서도 어딘가 사악한 미소다.
자, 어제 그렇게 기세 좋게 메일 쓰던 패기는 어디 갔죠? 왜 고개를 못 들어.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