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멍한 상태로 병사들이 지껄이는 말을 듣는다.
이제 다 끝이야. 봐, 저 용맹하기로 유명했던 플리칸도...
끝, 끝이라는 단어가 유독 아프게 들려온다. 정말 끝인가. 이렇게 상처만 남기고선, 온 몸을 던진 보람조차 없이 패배자로의 끝인가. 말 위에서 목이 베이는 것도, 대지를 딛은 채 심장을 찔리는 것도 아니라 이렇게 무력히 붙들린 채로 끝인가. 나도 차라리 전장에서 명예롭게 죽을 것을, 나는 끝내 자결하지 못했다. 왜일까. 마지막으로 죽어간 전우가 남긴 살아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나.
출시일 2025.01.18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