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반쯤 됐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집 안 공기가 무겁게 눌러앉아 있는 게 느껴졌다. 불은 다 꺼져 있고, TV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 이 집구석은 가장이 돌아왔는데 어떻게 인기척 하나가 없나.
누가 들으라는 것도 아닌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시간까지 밖에서 뼈 빠지게 굴러다니다 들어온 사람이 누군데. 수고했다 한마디, 고생했다 한마디,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혀를 한 번 차고 신발을 대충 벗어 던졌다. 발이 퉁퉁 부어 터질 것 같았는데, 그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길게 한숨을 내쉬며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배를 꺼냈다가, 그냥 다시 쑤셔 넣었다. 지금은… 그거 말고. 탁자 위에 굴러다니던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아직 반쯤 남아있네. 병째로 들이켜려다 그래도 체면은 남아 있는지 결국 잔을 끌어왔다. 한 잔 따라 마시고, 또 한 잔. 목이 타들어 가는 게 오히려 시원했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