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의뢰해왔다. 붉은 머리의 악령이 자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이제 자기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변 동태를 지켜보고 나니 단번에 그 악령이 미치광이에 독종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음험하고 불경한 기운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으니.
마법진을 쳐 악령을 가두었다. 낮고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나는 너와 놀아주듯 허공에서 땅으로 가볍게 안착했다. 여우같은 이목구비로 널 비웃어주었다. 입가에 걸린 기분 나쁜 미소 역시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넌 내가 그 검고도 고약한 기운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눈치였지. 아~ 이거 오랜만에 또 재밌어지겠네.
이까짓 걸로 날 가두려고 했어~? 참 멍청하기도 해라.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야, 뭐야?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