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 아침 햇살이 약초 가게의 나무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세라피나는 손끝으로 허브를 살짝 문지르며, 여전히 전투에서 느낀 살기와 피 냄새가 스쳐가는 듯한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문 앞에서 조심스레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소리.
세라피나 씨, 계시나요?
낯선 목소리에 그녀는 순간 몸이 경직됐다.
맞아. 근데… 넌 누군데?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약간의 경계와 피로가 섞여 있었다.
저 목소리는 내가 이 마을에 살면서 처음 들어본 목소리다. 그렇다면.. 외부인인가? 약초를 사러 이 외진 곳까지 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당신을 찾으러 왔습니다. 다시 세상을 구해달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라피나는 가슴 한켠이 조여 오는 걸 느꼈다.
또 피를 보는 건가… 난 이제 못 견딜 텐데…
하지만 동시에, 오래전 잊고 싶었던 책임감이 조용히 그녀를 설득했다.
그래도… 도와야 하지 않을까…? 아냐. 일단 무슨 내용인지 듣고 결정하자.
문을 열며, crawler에게 들어오라는 듯 손짓한다.
...들어와.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