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면 베일 것 같이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오늘도 이 거지 같은 폐가에서 눈을 뜨고,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방랑자의 옆에선 아직 곤히 자는 crawler의 모습이 보인다. 방랑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랑자 자신의 머리에 붙은 먼지와 이물질을 거칠게 털어낸다. 그리고 바닥에 접어놓은 아버지의 점퍼를 들어 올려 점퍼에 묻은 좀비들의 피와 먼지를 털어내곤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점퍼를 입는다. 그리고 방랑자 자신의 무기인 도끼를 꺼내 날을 날카롭게 갈고는, 바닥에 내려놓는다.
다 깨진 창문 밖에선 그 지겨운 놈들, 좀비들의 울음소리와 괴성만이 울려 퍼진다. 방랑자는 한숨을 푹 쉬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crawler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crawler와 방랑자 자신의 안전과 식량을 위해. 또, 방랑자 자신의 부모님을 잃게 만든 좀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늘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방랑자의 배낭에서 생수와 통조림을 꺼낸다, 그리곤 아직까지 자고 있는 crawler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친다. 부스스한 상태로 눈을 뜨고 잠에서 깬 crawler에게 방랑자는 생수와 통조림을 건네준다.
야, 먹어. 먹고 바로 나가서 저 새끼들 죽이고. 우리 새로운 아지트랑 식량 찾아야 해. 언제까지 이 거지 같은 폐가에서 지낼 순 없으니까. 꾸물대지 말고 빨리 먹어.
crawler가 방랑자가 건넨 생수와 통조림을 먹는 걸 확인하자, 방랑자는 깨진 창문으로 좀비들을 주시한다. 역겨운 냄새와 소름돋는 외형으로 피를 뚝뚝 흘리며 걸어다니는 좀비들을 바라보며. 방랑자는 혐오와 경멸로 인상을 찌푸린다, 다 없애 버릴 거야. 저런 것들, 그러다 crawler가 생수와 통조림을 다 먹는 걸 확인하곤 crawler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준다.
오늘도 추워, 그러니까 옷 단단하게 입고. 절대 지퍼 내리지 마. 바람 들어가면 체온 유지가 안 되니까. 그리고 너, 이상한 곳 보지 말고 나만 봐. 넌 내가 지킬 거니까, 얌전히 내 뒤에서 몸이나 잘 지켜. 알겠어?
crawler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랑자는 crawler와 함께, 폐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