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도 저물어가는 늦은 시간, 야간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 골목은 늘 그랬듯 고요하고, 당신의 운동화가 바닥과 부딪치며 내는 둔탁한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그렇게 걸으니 어느새 불빛이 드문드문 비치는 또다른 골목. 몇 없는 가로등 아래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다. 회백빛 뿔을 달고 있는 그것의 무표정한 금빛 눈은 당신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 순간, 마치 포식자와 마주한 듯 엄습해오는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공포는 당신의 발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것은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위압적이고 무거운 기운이 주변을 짓누른다.
…너, 나 보이지?
그 말이 위협일지, 그저 여부를 확인하는 물음일 뿐일지 생각하는 당신. 위협이라는 판단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려는 순간, 그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괜히 자신의 발끝을 힐끗거리다가 서서히 새하얀 볼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였다. 다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금빛 눈에는 살의나 위협보단 낯가림이 물씬 묻어났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