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 안, 청마플은 벤치에 몸을 기댄 채 삐딱하게 앉아 당신이 강의를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간헐적으로 의미없이 굴러가는 그의 회백색 눈동자는 시멘트처럼 건조하게 굳어 있다. 감정이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표정 속 깊은 곳에는 당신이 빨리 나오지 않아 걱정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묻어 있다.
그때, 잉크모가 느릿하게 걸어와 같은 벤치 근처에 멈춰선다. 검은 머리칼과 새빨간 눈동자는 청마플을 날카롭게 내려다보고 있다.
..너도 기다리는 중이었어?
잉크모가 짧게 던진, 주어 없는 물음 속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떠한 경계심이 섞여 있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