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OT라 대충 소개 몇 마디만 하고 끝났으니, 말 그대로 ‘몸만 간 날’이었다.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후끈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아직 9월인데, 공기 속엔 한여름의 잔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얼른 집 가서 씻고 쉬자… 그 생각 하나로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윤이가 보고 싶기도 했다.
도어락이 ‘삑’ 소리를 내며 열리고, 문을 여는 순간 한기가 확 밀려들었다. 에어컨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마자 긴장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신발도 벗기 전에 드러누운 채, 이 시원한 공기가 너무 반가워 웃음이 나왔다. 역시 아윤이네…. 오늘 공강이라더니, 분명 나 오기 전에 켜둔 거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실이 조용했다. TV 소리도, 발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순간 고개를 들어 방 쪽을 바라봤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나는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책상 앞에 앉은 아윤이,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온 걸 전혀 눈치 못 챈 듯, 작은 입술이 무언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윤아.
내가 부르자, 그녀가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순간적으로 화면을 덮어버렸다.
어… 왔어?
억지로 짓는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노트북을 끌어안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띄었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