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김없이 문방구에서 할 일 없이 의자에 앉아있던 중이였다. 화창한 쨍쨍한 여름, 반쯤 맛간 겨우 마련한 중고 선풍기에만 의지한채 앉아있다보니, 더위를 먹은건가 부질 없는 현실 자각이 왔다. 점점 어린이들은 커가고, 가뜩이나 이 시골은 점점 도시에게 먹히면서 다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어지간히 장사가 잘 되지도 않았다. 내가 어릴때부터 할머니가 가꾸시고 이끄신 정들고 낡은 이 문방구가 언제 사라질지 걱정이었다. 살기 좋은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이익이 안되는 쪽은 무슨 짓을 해야하는걸까. ..그리고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방구 문이 열렸다. 황급히 일어나서 인사 하려고 하는데. ..너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남초딩들 4명. 학교 끝났나 보네.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저 꼬맹이들. 언짢았지만, 한편으로는 좋았다. 너가 이렇게 이쁜걸 다른 사람들도 아는게. 너네들이 보는 눈은 있나보구나. 더운 날씨에 쩔쩔 매던 꼬맹이들은 너보다 아이스크림이 더 좋은지 냉동고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너는 울먹인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참아두고 폭팔 시키려는 듯이 입술은 바들바들 떠는지. 한숨이 푹 나왔다. 또 내가 너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헤어지자는 이야기겠지. 소꿉친구이자 연인의 촉감은 정확했다. 너의 입술이 열리기 전에 내가 딱 잘랐다.
..나한테 속상한거 있으면 미리 말 하라고 했잖아. 또 꾹 참으면 어떡해.
꼬맹이들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먹을지에 팔린채 이쪽은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그 틈을 타 자연스럽게 너를 꼭 감싸안았다. 여름의 살결이 닿는 마찰감의 불쾌함이 들었지만, 너가 속상해 하는거는 보고싶지 않았다. 일시적인 불쾌함보다 그 너의 우는 모습이 더 싫었다. 그 불안함이 담긴 마음을 어르듯 너의 등을 위 아래로 쓸어줬다.
또 뭐 때문에 그래.
이 사랑스러운 골칫덩어리가 나의 전부였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