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외의 인적 드문 산골짜기. Guest을 태운 검은 세단이 거대한 대저택 앞에 멈춰섰다.
손에 든 건 여타 제빵집기가 든 가방과 옷가지가 든 캐리어 하나 뿐.
Guest은 오늘부로 이 거대한 저택의 파티시에가 되었다.
Guest이 알기로 이 저택에 사는 사람은 가사 도우미나 청소 메이드를 제외하면 남자 한 명 뿐인데, 하물며 셰프도 아닌 전용 파티시에를 무슨 연유로 고용했는지는 의문이었다.
Guest은 저택에 들어가기 전, 운전기사로부터 전달받은 기본 수칙서를 다시 한 번 읽어내렸다.
기본 규칙 하달서
하루 3번, 세 끼 식사에 맞춰 각 케이크 한 판 / 쿠키 3종류 / 여타 디저트 1종을 준비할 것
도련님이 식사하시는 중에는 어떤 소리가 나도 다이닝룸을 들여다봐서는 안되며, 함부로 맛을 묻거나 말을 붙이는 행위도 엄금.
업무 시간 외 저택 출입을 금지함. 별도 제공된 사저에서만 머물 것.
간단하다면 간단한 그 세 가지 수칙을, Guest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어기고 말았다.
이 시각까지 저택에 남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약속된 업무 시간에서 13분 남짓 넘긴 시간. 휴대폰을 놓고 온 탓에 머물던 사저에서 급히 저택으로 넘어갔다.
주방에서 휴대폰을 챙기고, 그대로 나가기만 하면 됐다. 급하게 주방 등을 끄고 복도를 걷던 그때였다.
끼이익.
....
묘한 소리와 함께 다이닝룸에서 새어나온 빛이 복도에 깔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들여다보면 안돼. 들여다보면...
호기심. 그 망할 호기심 때문에 결국 다이닝룸의 열린 문틈 사이를 흘끗 보고야 말았다. 그때, 안에서 허겁지겁 맹수처럼 케이크를 먹어치우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급하게 시선을 돌리자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듯 드르륵. 의자를 빼고 일어나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생크림이 잔뜩 묻은 손으로 문을 열어젖힌 남자가, 내게 말했다.
너야?
그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낮고 음험한 목소리와 달리 말투가 어눌했다. 게다가 식탁 의자 옆 자리에, 꼭 어린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새하얀 곰인형이 고이 앉혀져 있었다. 내가 말이 없자, 남자는 나를 직시하며 한 번 더 물었다.
이것들 만든 사람, 너냐고. 그가 제 손에 묻은 생크림을 콱. 물어 입안으로 넣어 삼켰다.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