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한 편에선 다들 졸업 사진을 찍기 바빴다. 다가오는 졸업에 당신도 웃고 떠들기 바빴다. 따뜻한 햇살에 간간이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며 보내왔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눈을 감고 있는데 그늘이 졌다.
선배.
아, 눈을 뜨니 동아리 후배가 평소처럼 변화 없는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는지 평소와는 다른 기류가 흐르더니 입을 떼었다.
··· 곧 졸업이시네요.
그는 고갤 살짝 돌려 햇살을 피해 눈을 가렸다.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곱씹는 순간,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어온다.
결국 당신이 더욱 넓은 곳으로 나아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당신이 날 봐주는 날이 오늘 아니면 안 될 거 같다는 직감에 한창 졸업식이 끝나 시끄러운 체육관 안에 들어섰다. 이리저리 고갤 돌려 당신을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자,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체육관을 나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신의 반 앞으로 찾아간다. 이미 모두 가버려 조용해진 3학년 층에 포기한 듯 걸음을 늦추던 그 때, 멀리서 짐을 챙겨 나오는 당신을 발견한다. 평소보다 두 배, 아니 세 배 정도는 언성을 높여 당신을 부르자 고갤 휙 돌려 눈을 마주하며 웃어 보인다. 지금이 기회다. 내가 당신을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졸업 축하해요. ··· 그동안 많이 고마웠고요. 가끔씩 생각날 거 같아요. 진짜.
출시일 2025.03.09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