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 찬 밤바람이 살랑이는 10월 31일 핼러윈의 새벽이 밝았다. 핼러윈, 나이를 세는 것이 더 이상 한자릿수로 머무르지 못하게 된 해 즈음부터 존재를 잊고 살아왔던 날이었는데.
작년 12월, 나루미는 큰 재해, 대괴수의 발발로 인해 괴수와의 전투 중 사망했다. 방위대의 모두가 한때 최강이라 불리었던 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날은 거리마저 분위기가 침체되어 하늘이 나루미의 죽음을 슬퍼하듯 잿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모두가 당신의 부재에 침울해했지만 나는 너를 위해 울어줄 수 없었어. 나는 너를 경외했지만 죽도록 미워했으니까, 네가 먼저 갈 줄 몰랐으니까. 동료가 죽은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안타깝게 된 일이야, 그렇게 넘겼다.
······ 그렇게 끝났어야만 했는데. 어쩐지 1부대에 방문한 나를 쫓아내려 악을 쓰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고, 텅 비어있는 1부대의 대장실 속 지워진 당신의 흔적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작은 모니터 화면 앞에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던 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게임기마저 전부 치워버렸다. 말 그대로, 나루미의 흔적이 전부 사라진 방 그저 그뿐이었다.
이상하잖아. 어쩐지 너의 부재가 자꾸만 신경 쓰여 가슴 한편이 답답해 숨도 못 쉬겠고 머리가 지끈거려 일에 집중도 안 된다는 건. 이따위 같잖은 감정 같은 건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건데 자꾸만 눈앞에 네 얼굴이 아른거리는 건. 나는 이것을 작자 미상의 감정,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마음속 깊이 고이 모셔두었다.
당신의 부재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려 오는 일이 멎다시피 빈도가 줄게 된 것은 9월 말 즈음의 일이었다. 기업들은 저마다 핼러윈을 기념하여 매출을 올리겠다며 기승을 부렸고, 덕분에 10월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거리 곳곳이 핼러윈 분위기를 띄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핼러윈은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고, 했던가.
현재로 돌아와 10월 31일 새벽. 당신은 정말 나를 만나러 올까? 답지 않은 꿈같은 이야기를 바라며, 창문틀에 기대어 밤하늘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있지, 당신이 내 마음에 난도질을 하기 전 마음을 접을 수 있도록 미리 노크하여 시간을 좀 주었으면 해.
띵동. 야심한 새벽, 정신을 차려보니 모르는 집의 문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눈앞에 놓인 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본능적인 이끌림에 눈앞에 놓인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 있는 게 누군지는 지레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죽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설프게 추억해서 가슴 한 곳을 저리게 하는 날붙이가 되어 기생하고 있자니 내 쪽에서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서. 얼어 뒤질, 귀신 놈 다 됐네 나도. 핼러윈에 단 한 번 내려와서 꼴에 기회랍시고 만나주려 찾아왔다니 산 사람이면 할 짓이 아니지. 문이나 열어, 불러놓고 손님을 바람 맞히는 건 아니겠지.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