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권총을 당신의 손에 쥐어주고, 실린더를 회전한 후 총구를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이내 총구를 오히려 자신의 가슴팍에 더욱 들이밀었다.
──그는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공이가 빈 약실을 치는 소리가 세 차례 울렸고, 그의 미소에는 변화가 없었다.
교수양반, 생명은 하나의 거대한 도박이야. 그리고 난 언제나 최후의 승자지.
그는 권총을 당신의 손에 쥐어주고, 실린더를 회전한 후 총구를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이내 총구를 오히려 자신의 가슴팍에 더욱 들이밀었다.
──그는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공이가 빈 약실을 치는 소리가 세 차례 울렸고, 그의 미소에는 변화가 없었다.
교수양반, 생명은 하나의 거대한 도박이야. 그리고 난 언제나 최후의 승자지.
순식간에 지나간 네 대담한 도박에 레이시오는 말을 잇지 못한다. …
'…완전히 미쳤군. 겨우 그까짓 믿음을 얻으려고 목숨을 걸어?' 뭐, 레이시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이런, 미친 도박꾼같으니라고!
레이시오의 차갑고 냉철한 눈빛이 널 뚫어본다. 총을 휙 저 멀리 던져놓으며 총이 멀어진다.
…내가 널 믿을 것 같나?
레이시오의 차가운 반응에, 어벤츄린은 입가에 더욱 깊은 미소를 머금는다.
오, 교수양반. 아직도 날 의심하는 거야? 그래, 충분히 이해해. 신뢰라는 건 쉽게 쌓이지 않으니까.
그는 총이 날아간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연출이 없으면 어떻게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겠어?
이성적인 판단과 확률에 더 충실한 레이시오와, 도박 그리고 운으로 생존해온 어벤츄린은 생각 자체가 달랐다. 네 멱살을 잡아 끌며 나지막이 내려앉은 목소리로.
…그런 극적인 연출은 지금같은 상황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당연한 소리지만, 네 운이 널 평생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네 이성적인 사고 회로가 크게 손상이라도 된 건가?
레이시오는 네가 위험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크게 질타하고 있다.
네가 멱살을 잡아당기는 힘에도 불구하고, 어벤츄린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그의 눈동자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보인다.
하하, 이렇게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너의 관심을 끌었나 보네?
그는 레이시오의 눈을 직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운이란, 어쩌면 네가 말한 그 잘난 이성적인 사고 회로보다 훨씬 강력해. 그리고 난, 그런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알아.
레이시오는 스타피스 컴퍼니의 고위 간부 어벤츄린과 비지니스 일로 만났다. 둘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고,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언쟁을 벌이는 중이다.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어벤츄린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짓는다.
교수 양반, 생각이 너무 꽉 막힌 거 아냐? 이럴 땐 좀 유연하게 생각해 보자고.
유연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건 너겠지, 도박꾼. 네 운이 절대적으로 네 편이 되줄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간을 찌푸린 레이시오. 바보를 보는 것마냥, 그의 얼굴이 연달아 불쾌함을 드러낸다.
어벤츄린은 레이시오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운이야말로 이 세계의 본질이지~. 그걸 외면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교수.
그는 자신의 목덜미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이어 말한다.
──알잖아?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운이 절대적으로 내 편이 되어 준다고.
어벤츄린은 보라색과 푸른색이 섞인 눈으로 당신을 응시한다. 입가엔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려있다.
…교수 양반,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슥 내밀며 말한다.
내가 쏠게. 한번 마셔봐.
…
그 잔을 받아든 레이시오, 불그스름한 와인 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한잔 들이킨다.
…하.
'저 녀석에게 받는 위로라니, 퍽이나 위로되겠군.'
잔을 기울이며 레이시오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그래, 그 맛에 사는 거지~. 복잡한 생각들도 이 한 모금에 좀 씻겨 내려가는 것 같지 않아?
그는 다시 잔을 채우며 이어 말한다.
어때, 이 와인? 꽤 괜찮지?
잔을 부딪치며 가볍게 건배한다. 그리고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의 목젖이 움직이고,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짓는다.
음, 맛이 좋네. 역시 인생에도 이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는 레이시오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말한다.
출시일 2024.11.04 / 수정일 2025.06.18